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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대로 Aug 03. 2024

첫 번째 - 멈추고 싶은 친정 걱정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남부에 더 집중된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에어컨을 잘 틀지 못하는 유전자는 엄마가 물려줬다. 들쑥날쑥했던 아빠 수입으론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으니까. 에어컨이 장식품이라고 투덜거렸던 아버지는 귀가 멍할 정도로 요란한 소리가 나는 선풍기에 의지해 거실 바닥에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며 버티고 있을 것이다. 엄마는 여름철에 깔면 시원하다는 화문석을 이젠 깔지 않는다. 장롱 위에 올려둔 자리를 내려서 먼지를 털고 걸레로 닦는 노력이 더 이상 신나지 않은 눈치였다. 무거운 탁자에 비싼 화문석이 눌리는 것을 보며, 좁은 집 때문에 살림을 구겨 놓아야 한다는 짜증이 폭발했다. 이젠 다 필요 없다면서 내가 자취할 때 쓰던 1인용 대자리를 아버지한테 쓰라고 줬으니까. 그 범위 안에서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며 자다 깨다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새벽에 전기밥통에 담아둔 밥과 김치로 대충 때우는 끼니는 젓가락으로 집을 반찬이 없을 것이다. 식탁에 냄비째로 올려둔 오래된 된장찌개는 상했는지 아닌지의 구별이 안 되게 쪼그라들었을 것이고, 뚜껑을 대충 덮은 반찬은 냉장고가 미어터지게 많을 것이다. 더워지기 시작하면 엄마는 먹다 남은 별의별 반찬을 다 냉장고에다 보관했다. 김치냉장고에도 그 옆의 양문형 냉장고에도. 냉장고 문을 열면 비닐봉지가 툭 떨어지고, 반찬 하나를 꺼내려면 여러 반찬통을 두 손으로 정성껏 꺼내야 할 정도로 빽빽할 것이다. 배추김치 쪼가리의 고춧가루가 반찬통 겉에도 덮어둔 뚜껑이나 비닐에도 묻은 채로 여러 개가 있을 것이다.

  작년까지는 보냈던 반찬이나 식자재 택배도 이젠 끊었다. 내 마음 편하자고 먼저 움직였던 노력을 멈췄다. 여든이 넘은 부모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 부모님의 아들 걱정과 아들 사랑을 보면 억울했다. 그 마음들 사이에서 이기적으로 나를 챙기기로 했다. 50대 중반에 친정 챙기는 습관을 멈췄다. 멈추는데도 1년 반이 걸렸다. 멈춘 지 6개월이고, 멈추려는 데 1년 걸렸다. 1년 6개월 동안 많이 아팠다. 앞으로도 많이 아플 것이다. 이 기록은 그 멈춤에 관한 기록이다. 멈추려고 한 이유와 멈추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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