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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Nov 30. 2023

4월에 살겠다

봄을 기다리며


 

 낯선 어둠의 갱도를 통과하는 갱년의 시간


 나를 불면에 매어두는 상념을 떨치고

 새벽 세시

 사물이 훤하게 잠들지 않는 그 밤들과 결별하도록     


 마음에 부는 더운 바람과

 눅진하게 달라붙는 오욕과 열패감 따위는

 별것 아니게     


 새로 태어난 것들이 한데 모여 뽐내고

 1년을 돌아서 온 지중해의 쪽빛바람이 내 볼에도 나부껴

 어둠 따위, 울음 따위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감탄의 연초록 새 세상이 열리는     

 4월에 살겠다.     




갱년기라는 시기를 만나 몸과 마음이 모두 뒤흔들린 경험이 있어요.

혼란스러운 이유를 내가 지금 '갱년기'라서 그래, 하고 커밍아웃 하는 것도 뭔가 부끄러웠습니다.

나이듦이 나를 이해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라 생각이 들었던 때문인거 같아요.


몸도 마음도 한번 곧게 펴지지 않던 시절.

내내 4월을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4월, 이라고 말하고 그 계절의 연초록만 떠올려도 조금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4월 만큼은 나에게 위로를 줄 것 같았습니다.

초록의 새 세상이 놀랍도록 온 세상을 덮으면 다 괜찮다고, 괜찮아질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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