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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이 Oct 15. 2023

이사하던 날

그들의 눈물은 내 예상에 없던 거였다.



드디어 이사를 했다.


이사를 떠났다. 이사를 갔다. 이사를 왔다......

아무 말이라도 괜찮다. 아무튼 오늘부터 이 낯선 도시에서 매일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잠도 잘 것이란 뜻은 같으니까.


반나절 만이다, 저쪽에 있던 짐들이 이쪽으로 감쪽같이 옮겨진 것은. 베테랑 이사 업체 직원들이 바람처럼 싣고 나른 가구들은 4 시간 전에는 분명 다른 도시놓여있우리의 가구들이었다. 너무 낯설고 달라서 한참을 바라보긴 했지만......




그동안 이사와 관련해서 여러 모로 신경을 쓴 탓인지 며칠째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집 계약 이후, 남편과 나는 가전 철거 및 설치 요청, 가스 전출일 통보, 아이 전학 수속과 어린이집 입소 등 주로 현실적이고도 귀찮은 일들에 시달렸다. 들어갈 집의 청소와 수리도 신경써야 했다. 생각보다 에너지 소비가 심했고 그래서인지 감기 기운도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스스로 가장 놀랐던 건 내 감정이었다. 한두 번 하는 이사가 아닌데도 이번에는 생각보다 더 심난하고 울적했다. 전에 살던 동네가 워낙 조용했지만 새로 이사한 곳이 내겐 너무 화려한 탓인지도 모른다.


곳은 도시의 야경이 아름답지만 때문에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워환했다. 늦은 밤인데색색으로 빛나는 건물들과 행인, 차들 인해 거리가 북적이고 활기찼다. 이런  나에겐 조금 과한데. 얼마쯤 더 이곳에서 잠을 자야 적응이 될까.


우울한  이 거대한 도시에서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특히 나를 주눅들고 외롭게 다. 한때 장기 배낭여행과 해외살이를 꿈꾸던 기세전부 어디로 갔는지, 나이가 들수록 겁도 많아지는 건가 싶었다.




이사하기 전날에는 아들의 친구들이 많이 울었다. 교문 앞에서 하교하는 아들을 기다리다가 낯익은 아이들이 하나 둘씩 눈이 빨개져서 나오길래 무슨 안좋은 일이 있나 싶어 덜컥 걱정이 됐다. 알고보니 우리 아들 전학 간다는 말을 듣고 아쉬워서 다들 울었단다.


아이고 애들아ㅡ

고마웠다. 우리 아들이 친구들과 잘 지냈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맑음이 귀엽기도 했고 그중 몇 명은 너무 목놓아 울기에 걱정도 다. 정작 아들은 쑥스러운지 저 멀리서 멋적게 서있기만 해서 모양새가 좀 이상했지만...... 아이들을 달래면서 나도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이 많고 여렸다. 아들의 학원 선생님, 딸의 어린이집 선생님, 인사만 하고 지내던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 끽해야 한두 달에 한번 만나던 지인까지......


다들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애써 눈물을 참거나 소매로 눈물 닦는 모습들을 보여서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끝내 눈물을 참아냈다. 황급히 인사하고 고개를 돌렸다. 2년 좀 넘게 그 동네에서 머무는 동안, 어차피 떠날 거라 생각해서 굳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 조성된 공원을 걷고 오리들이 노니는 천변을 뛰고 새로 지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혼자서도 시간은 잘 갔고 외롭지 않았다.


그들의 눈물은 내 예상에 없던 거였다.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열어보이는 이웃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마음은 심하게 흔들렸지만 끝까지 눈물을 참고 딱딱하 굴었다.


그렇게 이별을 하루도 되지 않아  행동에 후회를 했다. 새 집에 들어서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같이 타는 사람들끼리 당연한  인사를 하지 않는. 그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티가 나게 고개들을 돌렸다.


그래도 전에 살던 곳에서는 마주치면 다들 인사는 했다. 얼굴을 익히면 곧잘 안부도 묻고 서로의 아이들 머리도 쓰다듬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숨이 막혔. 아침에 헤어진 그들이 몹시 그리웠다. 




불을 꺼도 환한 방에 누워 뒤척이면서 생각한다.

금방 익숙해지겠지. 이곳에도 곧 행복한 순간들이 찾아 올 것이며 언젠가는 친밀한 이웃들도 생기리라.


이제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인사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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