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딘가에 사랑도 있겠지만
28살이 된 지금 나는 엄마와 '어느 정도' 사이가 좋다.
하지만 엄마는 나와 사이가 잠깐의 기우가 있었을지언정 안 좋은 적은 없을 것이다.
엄마는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아마 내가 사랑해서 그럴 것이다.
감정을 못 참아서 폭언과 폭력을 쓰면서도 마음이 여려 어려운 사람을 돌본다.
자신의 폭언과 폭력을 기억하지 못해 그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도 어떤 잘못에 대해서는 깊이 돌아보고 사과한다.
자신의 단점 중 사랑스러운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가장 마주해야 할 것은 마주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가졌다.
그럼에도 또 주변사람을 사랑해 관용적으로 용서하기도 품어내기도 하는,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입체적인 인물. 그리고 그것을 어딘가 쏙 빼닮은 나.
나를 가장 지옥으로 몰아갔다가도, 온갖 역경을 함께 딛도록 도와준 우리 엄마와 나는 함께 하기로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사랑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또렷이 기억한다. "저는 도저히 엄마와 안 통해서, 혹은 폭력이 있어서 혼자 살아요."의 시선과 무게는 내가 그저 참고 온전한 가정 속에서 자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안정감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마 가족 간의 갈등에 지쳤을 것이다. 당신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당신은 맹목적인 사랑을 했고 또 지금도 희망을 놓치지 않은 큰 그릇을 가진 멋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생각하는 그 사람과 화해하라고, 함께 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 안에서 당신을 챙기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 기도하며 이 글을 겹겹이 올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