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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전제하지 않는 사랑

사랑하냐고?

by 절대신비


사랑 전제하지 않아야 사랑이다.

새삼스레 행복 찾지 않아야 행복이듯이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행복 찾다 오늘도 환멸*에 드는가?


사랑은 너와 나 사이

접점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것

아기처럼 태어나는 것


그것은 존재의 다른 이름.


사랑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니다.

주고 싶은 마음

받고 싶은 마음 아니다.


그것은 그의 모든 곳에 함께 있는 것

보고 싶다 말하기 전에

이미 보고 있는 것.


사랑은 경칩날의 개구리

매 순간 튀어 오른다.


사랑은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어머니에게서 자식에게로 흐르고

큰 그릇에게서 작은 그릇으로 흐른다.


불순물 적을수록

뜨거울수록 잘 흐른다.


쾌청한 날 잘 보일 것 같지만

천둥 치고 바람 불 때 잘 보인다.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인다.


사랑은 빛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매일 글 쓰라고 말한다.

유명해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글 쓰는 순간 가슴 쿵쾅거리는가? 묻는다.

"나 보고 싶었어?"라고 묻고 싶은가?
늘 보고 있어, 라고 답하겠다.


천정에도 있고 벽에도 있고

하늘에도 둥둥 떠 있고

컴퓨터 모니터에도 나타난다고


너는 모르는 이의 동공 속에도 살며

세상이 다 네가 출연하는 스크린이다

라고 말하겠다.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겠다.


날개 활짝 펴고 날아올라.

힘차게 비상해.

저 먼 곳까지 날아다녀.

우리 때로 높은 곳에서 만나자.


네 날개 꺾이고 추락하더라도

거기가 다 내 땅이야.
라고 말하겠다.

물론 나는 땅부자가 아니다.
다만 날개 수리공이다.






생에 단 한 번 질문 해야 한다면 이렇게 묻겠다.

"그대, 지금 이 순간 전율이 있는가?

그대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기지 말라."



*환멸 (幻滅) : 이상이나 환상이 깨어짐. 또는 그때 느끼는 허무함이나 쓰라린 마음.

환멸 (還滅) : ⦗불⦘ 번뇌를 끊고 깨달음의 세계에 돌아감.


중이적으로 썼다. 두 가지 뜻으로 다 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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