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나를 데려간 곳에 누르가 있었다
《상처 난 마음을 꿰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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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 신성견 누르가 안내한 그림자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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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세상사람들의 상처와 눈물 냄새를 아는 개
누르가 이상한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바람은 말이 없었고, 별들도 숨을 죽였다.
우린 말없이 걸었다.
누르의 발끝이 닿는 땅마다,
잊힌 울음의 흔적이 스며들고 있었다.
누르는, 세상의 눈물 냄새를 아는 개였다.
말 없는 울음조차, 그에겐 방향이 된다.
낡은 집 하나.
문은 닫혀 있었지만, 내부는 검고 조용했다.
기억도, 이름도, 빛도 없는 그 안에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은 입이 없었고, 귀가 없었다.
하지만 속삭였다.
아무도 듣지 못할 속도로, 마음을 찢는 말들을.
누르는 나를 바라봤다.
바늘은 손에 있었지만, 실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 그림자에는 아직 꿰맬 실이 닿지 않는다는 걸.
그림자는 나를 통과했다.
차가운 어둠이 척추를 따라 올라왔다.
숨을 멈추고, 나는 실을 땅 위에 놓았다.
치유는, 때로는
닿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나는 실을 다시 손에 감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림자를,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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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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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난 마음을 꿰매는 아이》는
외로운 생명들을 하나의 실로 잇는 이야기입니다.
심리학과 생태철학, 존재의 상처를 품은
감정 치유형 동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 글·그림 ©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