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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Sep 13. 2024

『네타냐후』 조슈아 코언 지음.

이 책의 제목 ‘네타냐후’를 보고 이스라엘 총리 이름인 데, 그에 관한 자서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 표지를 보니 장편소설이다. 그래서 읽었다.     


줄거리는 미국 뉴욕주 변두리에 있는 코빈 대학에 교수로 있는 주인공 루벤 블룸은 이스라엘 무명 학자 채용위원회에 합류한다. 무명 학자의 이름은 네타냐후이다. 네타냐후는 밀레이코우스키라는 성을 히브리식으로 바꾼 이스라엘 이름이다. 인도 게르만 공통 조어에서 ‘갈다’라는 뜻을 지닌 melh를 어원으로 다양하게 변형시킨 이름이다. 밀레이코보, 밀리코우 등은 ‘방앗간 마을’이라는 뜻이다. ‘방앗간 마을에서 온 사람’이 ‘하느님이 내리신’(네탄-야후)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이다.     


주인공 블룸 교수는 역사학 전공 교수이다. 대학교수로서 아내 이디스와 딸 주디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 이디스는 도서관 사서로, 딸 주디는 고3 학생으로 학교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모범생이다. 그러든 어느 날 코빈 대학에서 유일한 유대인인 블룸이 새로운 유대인 교수 채용위원회에 추천된 것이다.      


면접을 보기 위해 온 네타냐후는 아내와 아들 세 명이 함께 온다. 이때부터 블룸의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고 블룸의 유일한 딸 주디가 네타냐후의 아들들에게 성추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소설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아버지 벤-시온에 대한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의 회고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라고 한다.     


현재 이스라엘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이다. 11선 의회 의원(리쿠드당, 미례대표, 12~24대)이다. 총리 외에도 국방장관, 외교장관, 보건장관을 겸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총리 역대 최장 임기를 지내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전쟁 중이다.     


현직 총리를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는 것에 많이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유대민족과 중동 문화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됐다.     


소설의 시작은 ‘내 이름은 루벤 블룸이고 나는, 그렇다. 역사학자다.’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역사 속의 존재가 될 것 같다. 내가 죽어서 역사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순수한 학자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희귀한 유형의 변신이다. 법률가는 죽어도 버빙 되지 않고, 의사는 죽어도 의학이 되지 않지만, 생물학 교수와 화학 교수는 죽은 뒤 그 몸이 분해되어 생물학과 화학의 일부가 되고, 지질학의 일부인 미네랄이 되어 자신들이 연구하던 학문 속으로 널리 흩어진다. 수학자가 죽어서 통계가 되는 것만큼이나 확실한 사실이다. 역사학자들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역사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던 대상이 되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 누렇게 바래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함께 주름이 지고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처럼 변해간다가 마침내 우리 삶 자체가 과거 속으로 가라앉아 시간의 요체가 된다.      


사랑은 보통 일대일의 관계이며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증오는 불멸의 형식론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신분이 변할 때마다 상황에 맞게 증오의 형태도 변하기 때문이다. 오랜 분쟁의 변형은 지금도 이민자들이 현지화될 때의 첫 단계다. 분쟁을 새로운 형태로 갱신하는 것이 곧 달라진 문화에 적응하는 변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어쩌면, 나이 듦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소개.     

『네타냐후』 조슈아 코언 지음. 김승욱 옮김. 2024.01.22. 프시케의숲. 304쪽. 16,000원. 

     

조슈아 코언Joshua Cohen. 1980년 애틀랜틱시티에서 태어났다. 저서. 『움직이는 왕들』 등. 2013년 이스라엘의 ‘유대인 작가를 위한 마타넬 상’을 수상했다.     


김승욱. 성균관대 영문학과 졸업.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여성학 공부.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엮임. 번역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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