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거랑 결혼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요?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생활을 했을 당시에 나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친구들은 물었다. “왜 같이 안 살아?” 연애를 하면 같이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동거를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나에겐 충격적인 질문이었다. 얼마 있다 남자친구가 아파트에 방이 비었다고 그 집으로 들어오지 않겠냐 물었다. 같은 방도 아니고 다른 방을 셰어 하는 것뿐이었는데도 단숨에 싫다고 말했다. 결혼도 안 했는데 같이 산다는 것이 왠지 모를 죄책감으로 느껴졌다.
호주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났고 자연스럽게 동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함께 한국에 들어와 그 삶의 방식을 유지했다. 사람들은 물어본다. “왜 결혼 안 해?” 둘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할 나이도 됐고 심지어 같이 살고 있는데 결혼을 안 하는 게 이상하다는 듯이. 나도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종착지를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이야기나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두 남녀의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하지만 그 뒷이야기를 누가 알까? 과연 공주들이 왕자님과 결혼해서 잘 먹고 잘만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