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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인 Apr 28. 2024

결혼, 관계의 종착지


 연애를  때마다 미래를 그렸다.  미래들은 모두  결혼으로 끝이 맺어졌다. 그래서였던 건지  관계들은  길게 가지 못했다. 외모, 성격, 습관, 취미, 가치관, 비전, 직업, 집안의 가풍, 가족과의 관계 등을 결혼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이것들은 결혼이 가능한지의 판단 조건이 되었다.


 아이를 낳으면 키는  사람을 닮으면 좋겠다던가, 취미가 다른데 함께하려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좋을  같은데라던가, 나와 다른 집안 분위기에 내가 적응할  있을까 라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했다. 유독 다투는 날이면 사고회로가 부정적으로 기울어져 ‘이렇게 성격이 다른데 평생   있을까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헤어진 이유는 모두 달랐지만 대부분 종착지인 결혼까지 가지 못할  같아서였다.


 유학시절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도 마찬가지였다. ‘ 사람이랑은 진짜 결혼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헤어졌다.


 어렸던 나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도 존중하는 법도 성숙하게 대화하는 법도  몰랐다. 그래서 5 동안  번의 헤어짐이 있었다.  번째 다시 사귈 때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성격차이를 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계속 노력하며 관계를 이어나갔다. 유학 생활을 끝내고 나는 한국으로 들어왔고 그는 같이 한국에 들어왔지만 군대에 갔다.


 어느  그가 휴가를 나왔다. 익숙한 대화의 흐름대로 우린 언쟁을 벌였고 아마 내가 먼저 공격을 했을 거다. 그는 나한테 배운 대로 되받아쳤다. “너도 좋은 엄마는    같아. 감정기복이 심해서 아기 낳으면 산후우울증 때문에 그냥 버리고 친정으로 도망갈  같아. 나는 그런 걱정을 하기도 ”. 나를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아주 충격적이었다. 한편으론  사람도  사람 나름대로 우리의 미래를 그린다는  위안이 됐다. 그렇게 안심을 하는 내가 웃겼다.


  대화 이후로 우리의 관계엔 확실한 금이 생겼다. 곧이어 나는 그를 한국에 남겨두고 호주로 떠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각자의 나날들을 보냈고 서로 의미 없는 일상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건 연명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때문이든 성격차이 때문이든 결혼이 없는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상 사귈 이유가 없어 상호 동의하에 상처 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처음으로 평온한 대화를 나눴다.  만남,  여행, 사귀면서 좋았던 , 싫었던 , 함께했던 추억들을 곱씹으며 ‘좋았었다고말했다.  통화는  시간 넘게 지속됐다. 각자의 미래를 응원하며 결국 서로를 놓아주었다.  이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20 초중반의 나는 사회가 지속해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관념과  안에서만 생각할  있었고 그게 정답인  알았다. 관계가  좋아질  있게 지금을 사랑하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편협한 시야에 갇혀  인연을 흘려보냈다. 나는 결혼이란 우물  개구리이자 철창에 갇힌 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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