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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 Dec 13. 2024

빨대

빨대 시


빨대

투명한 컵 속,

빨대는 조용히 담긴 것들을 끌어올린다.

달콤한 맛, 차가운 얼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미묘한 끝맛까지.


어릴 적 빨대는 장난감이었다.

빨아들이며 웃음소리를 내고,

거품을 만들어내던 그 순간들은

작고도 순수한 놀이였다.

그땐 무엇을 마시든

즐거움으로 가득 찼으니까.


지금, 빨대는 흔적을 남긴다.

움푹 파인 자국 속에서

남아버린 공허함이

마지막 한 모금의 자리를 대신한다.


빨대는 다시 잔 속으로 떨어지고

나는 텅 빈 잔을 바라본다.

마셨던 모든 순간들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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