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시
빨대
투명한 컵 속,
빨대는 조용히 담긴 것들을 끌어올린다.
달콤한 맛, 차가운 얼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미묘한 끝맛까지.
어릴 적 빨대는 장난감이었다.
빨아들이며 웃음소리를 내고,
거품을 만들어내던 그 순간들은
작고도 순수한 놀이였다.
그땐 무엇을 마시든
즐거움으로 가득 찼으니까.
지금, 빨대는 흔적을 남긴다.
움푹 파인 자국 속에서
남아버린 공허함이
마지막 한 모금의 자리를 대신한다.
빨대는 다시 잔 속으로 떨어지고
나는 텅 빈 잔을 바라본다.
마셨던 모든 순간들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