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모든 것은 끝난 줄 알았다.
긴 호흡처럼 이어졌던 길이
어느 순간 멈춰 서고,
시간도, 마음도 닫혀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마침’이란 단어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끝이라고 믿었던 문 너머에
새로운 길이 숨어 있는 것처럼.
멈춘 자리에서 보이기 시작한
또 다른 풍경들처럼.
마침표 뒤에도 문장은 계속된다.
점 하나가 찍히는 순간,
또 다른 시작이 준비되고 있었다.
다만 나는 그 시작이
어디서 오는지 보지 못했을 뿐.
마침, 이라고 속삭이며
나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긴다.
그 끝엔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