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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 Dec 15. 2024

몰락

몰락


몰락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거대한 파도처럼 휘몰아칠 것 같지만,

사실은 작은 금에서 시작된다.

벽에 생긴 미세한 균열처럼,

보이지 않는 틈새가 천천히 벌어지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기울어진 세계가 눈앞에 드러난다.

손끝에 닿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발밑에서 흔적처럼 흩어지는 것들.

어제까지 단단했던 시간들이

오늘은 부서진 조각으로 흩어진다.


몰락은 끝이 아니다.

그 아래엔 또 다른 시작이 숨어 있다지만,

아직은 그 자리에 서서

무너지는 모든 것을 바라볼 뿐이다.

떠난 것들, 잃은 것들, 남은 것들.

모두가 말 없이 가라앉아 간다.


몰락은 조용하지만,

그 안엔 수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다시 주워 담을 힘조차 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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