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무엇을 욕망하였고, 또 그것을 얼마나 자제했는가
사람을 존엄하다고 합니다. 사람을 존엄하다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동물과 달리 사람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존엄하다고 할 수도 있고, 동물에게는 없는 이성이 있기 때문에 존엄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그 우월성 자체만으로 존엄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위로하는 수사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이 존엄한 이유는 (정확하게는 존엄하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타인을 위한 자제력에 있습니다.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여러 가지 차이 가운데 자제력이 있습니다. 동물도 어느 정도의 자제력을 갖고 있고 또한 자제력을 훈련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물론 이성적 판단에 따른 '다른 존재를 위한 자제'와는 거리가 멀 것입니다.
어떤 지위가 탐이 나지만 다른 가치를 위해 그것을 포기하는 사람,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욕망을 꺼뜨리고 그를 용서하는 사람, 내가 춥지만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위해 따뜻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누군가에 대하여 연정을 품고 있지만, 연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대상이기에 그 마음을 끝내 누르는 사람, 우리 주변에는 이런저런 자제를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인과응보 식으로 똑같이 갚아주는 사람의 모습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의 아량에서 숭고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목표로 삼은 지위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해내는 사람의 집념과 투지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삶의 존재 이유에 버금가는 그 목표를 버려가면서 또 다른 가치를 지키거나 세상의 규칙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사람이 더 근사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금기를 깨고 연인의 곁으로 가는 사람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아픔을 삭이고 비록 인위적인 금기일지라도 지켜내면서 멀리서만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어쩌면 더 아름답습니다.
사람이 자제하지 않으면 때로 무질서와 혼란으로 귀결되지만, 자제하면 숭고한 평온이 찾아옵니다. 사람의 존엄성은 그의 자제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서, 잠들기 전에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욕망하였고, 또 그것을 어떻게 자제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