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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 Part 8 (1)
태영건설 워크아웃
by
고니파더
Aug 27. 2024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고백하건데 저는 '건설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금융 혹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탈바꿈한 개발금융도 저한테는 매력없는 보통의 '땅 장사'일 뿐입니다.
(개인적 선호이지만 건설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미리 사과 드립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계기가 있는데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속칭 '디밸로퍼'라는 분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사기를 당했다, 이런 건 아닙니다만.)
10년 전쯤으로 기억하네요.
교대역에 위치한 작은 은행에서 근무하던 제가 일주일간 받은 명함 10개중 8개에는 '디밸로퍼'라는 직책이 써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스스로 썩소를 지은 적이 있었죠.
해당 업을 좋아하지 않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들의 영업형태가 저의 평소 신념(?)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제조업, 유통업과 다르게 속칭 '한방'을 노리는 영업형태
, 그리고 그들에 빌붙어 수익을 올리고 승진을 하는 많은 지점장들을 보면서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또한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주제에 금융기관에 과한 요구를 하는 시행사 대표들
을 보면서 '난 절대로 건설업에 기댄 마케팅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었죠.
물론 이런 저를 보면서 선배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너도 영업압박 당해 봐라. 그런말이 나오나'
혹은
'단기간 수익을 위해서 우리도 어쩔수 없이 하는 거다'라는 하소연과 항변.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동산 경기는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성장했고 거기에 취해 많은 금융기관들이 성장했습니다. (많은 분들 역시 승진했습니다.)
사실 4대 금융지주와 같은 대형 금융사들은 건설업과 개발업, 그리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안해도 먹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는 그들을 지탱해주는 많은 가계여신 대출자가 몰려 있기 때문이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근간으로 하는 대기업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는 다들 알고 계시죠?)
문제는 그 밑에 있는 작은 은행들과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저축은행, 캐피탈사, 상호금융권에 있습니다.
가계대출 차주가 많지 않은 이들 기관들, 괜찮은 대기업들을 메인 금융사에 뺏긴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익을 내야 했고, 결국은 부동산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또 옆에서 하니까 어쩔수 없이 따라서 참여한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이해가 되는 부분.
사실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부동산 금융이 금융기관에 주는 달콤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단기간 수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생각해봅니다.
왠만한 건물, 빌딩, 주택 건축도 대부분 1년안에 건축이 다 끝납니다. 이 건물을 짓고 분양을 하면 분양대금이 밀려들어 옵니다. 그 돈은 결국 건설업에 지원한 금융기관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형국이죠.
2~3년 임기인 CEO, 지점장 입장에서는 자기가 재직하는 동안 높은 수익을 거양할 수 있는 이 대출시장을 무시할 수 만은 없었을 겁니다.
또한 이
건설 금융시장은 취급수수료가 잘 발달되어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융시장의 수수료를 죄악시 하는 경향이 높은데, 이상하게도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수수료 지급에 대한 거부감은 낮은 편입니다.
저는 이것도 해당 시장에서 금융이 크게 발전하게 된 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떼같은 경쟁이 이 시장에서 벌어졌습니다.
...
이렇듯 대외적인 부동산 경기와 거기에 편승한 금융기관의 실적 관리가 얽히고 그에 따라 부동산 금융시장은 크게 발전해 왔습니다.
지방의 여러 건설사도 크게 성장했고 부동산 금융에 특화된 신탁사들도 이 작은 나라에서 10개 이상 존재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모든 일에는 순환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환의 정점이 2023년이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큰 이슈가 된 도급순위 16위의 태영건설은 데시앙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건설업체입니다.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 보다는 작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듣보잡 회사는 절대로 아닌 것이, 다들 알시다시피 관계사로 SBS와 폐기물 업계의 선두주자인 에코비트를 보유하고 있는 규모가 있는 그룹사입니다.
(지주회사는 티와이홀딩스)
그런 그룹사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문제가 꽤 심각함을 의미합니다.
태영건설 밑으로 줄줄이 달려있는 많은 하도급 업체들,
그리고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건설업체와 부동산금융에 돈 푸는 것을 주저하는 금융기관들의 앞으로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예상됩니다.
2022년부터 계속해서 이야기 나온 태영건설이 진짜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듯 합니다.
진짜 불경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싶네요.
건설업 관련된 이야기는 풀어야 할 썰이 많았는지 글이 길어지네요. ㅎㅎ
2편에서 이어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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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빌려주고 잘 돌려받기 2
01
산업에 대한 이야기 Part 8 (1)
02
산업에 대한 이야기 Part 8 (2)
03
산업에 대한 이야기 Part 8 (3)
04
산업에 대한 이야기 Part 8 (4)
05
투자상품과 심사 Part 1 (1)
돈! 잘 빌려주고 잘 돌려받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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