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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Dec 28. 2019

2019 '락樂' 어워드

사진으로 정리한 열두 달


 

   2017년부터 시작한 나만의 한 해 마무리가 있다. '락 어워드'.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결정적 사진 한 장을 골라 정리하는 식이다. 사진을 고르기 위해 휴대폰 사진 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유독 시선이 머무는 장면이 있다. 울컥하기도 하고, 빙긋 미소를 짓기도 하고, 짠~한 감정이 들게 하는 사진도 있다.


   허투루 보낸 날이 없다면 정말 다행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 비유하자면 위로 쌓아 올리는 탑을 쌓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어떤 녀석이 나올지 모르는 그래서 내심 엄청 기대만 무성했던 씨앗을 여기저기 막 뿌린 느낌이랄까. 바지런히 살아온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토닥토닥'. 이것이 지금 쓰고 있는 '락 어워드'이다.


   미래를 향한 선택도 어렵지만, 지나온 날들 가운데 빛나는 사진 한 장 고르기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월별로 사진을 골라내는 일이 어쩌면 일 년을 하루하루 살아온 필자에게는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독자에게는 덤덤한 사진 한 장이 필자에게는 진한 의미가 있음을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



매월 날 살린 음식이 있다!



   우연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봤던 대사가 떠오른다. "밖에서 사 먹은 밥으로 힘이 안 난다. 집밥을 먹어야 진짜 밥을 먹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매월 나를 위로하는 음식이 있었다. 집밥의 힘이 없었더라면 올 한 해를 기운차게 살아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매월 내게 힘을 주었던 음식 사진을 함께 골라보았다.



 




1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땀 흘리며 친구 되기'가 나의 운동 철학이다. 사진 속 운동 친구들은 모두 동네 이웃들이며, 인생 선배님들이다. 살아온 세월만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운동할 때도 배어 나온다. 함께 땀을 흘린다는 건, 서로 경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때로는 나태함을 이기도록 돕는 것이다. 사진 속 운친들의 표정을 보라. 내 눈에는 '아이'가 보인다.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빨간 목장갑을 운동용으로 사용해도 어색할 것이 하나 없다. 한 해가 시작되던 지난 1월, 우리에겐 그만큼의 건강함이 있었고, 그만큼의 젊음이 있었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청자 그릇에 담긴 골뱅이, 시금치, 피망, 그리고 삶은 계란은 아내의 손맛으로 버무려져 늦은 밤 입맛을 사로잡는다.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 이제는 믿기로 했다. 골뱅이는 늦은 밤 허기짐을 달래주는 멋진 식재료이다. 고춧가루와 식초, 간장에 버무린 소스로도 족히 맛깔스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근데, 접시에 담긴 이 녀석은 내 눈엔 그냥 궁중음식이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늦은 밤 골뱅이 접시는 5분도 안돼 깨끗하게 비워졌다.






2월





   단다 벤치와 요가매트에게 안방을 내어 주던 날. 일반적인 아파트 구조상 격변이 벌어지고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벌어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몇 달을 기다려 철제 못 안 쓰고, 끼워 맞추고, 나무못을 써서 만든 정말 '아름다운' 단다 벤치가 우리 집에 오던 날. 안방에는 로프 요가를 위한 철제 프레임이 걸리고, 요가 도구들이 매트와 어우러져 농담처럼 던졌던 '요가룸'이 완성되었다. 햇빛이 깊게 드는 아침 시간에 이 방에서 '수리야나마스카라'(태양경배자세)를 하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분명 우리 가족에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이건 본 적이 없는 고등어 구이다. 분명 생선을 구웠는데, 청경채와 당근이 배경을 이룬다. 아내의 음식에는 분명 타고난 '애드리브'가 있나 보다. 낯선 비주얼에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딸아이가 플래시를 터뜨려 음식 사진 찍는 게 요즘 '힙하다'며 슬쩍 거들기에 나도 따라 해 보았다. 고등어구이만큼 나도 힙한가? 잠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3월





   꼬박 석 달을 넘어지고 손가락에 멍이 들어 가며 성공한 '물구나무서기 자세' (시르샤사나). 제법 요기(Yogi: 요가하는 남자) 느낌이 날랑 말랑하던 3월, 이제는 시간만 나면 장소 안 가리고 '시르샤사나'를 한다. 10분 이상  이러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오장육부 장기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기며, 순환계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몸안에 독소가 빠져나간다고 스승님은 말씀하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시 보니,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아저씨'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어쩌려고 그러는가?




   조물 조물 무쳐낸 냉이 한 젓가락으로 '입안이 온통 봄이다.' 깨소금은 그저 거들뿐! 냉이 무침 한 접시로 식탁 가득 향긋함이 번진다. 청자 접시에 소담스럽게 담긴 나물은 라면과 먹어도, 뜨끈한 밥과 먹어도, 그냥 먹어도 흡족하도록 존재감을 드러낸다. 봄을 쉽게 타는 중년 남자가 3월을 그리워한다면 아마도 냉이 무침 이 녀석이 주범이 확률이 높다. 3일 후면 '새로운' 혹은 '별다를 것 없는' 1월이 된다. 그러면 봄에 더 가까워지는 거겠지?!






4월





   '우리 마을 헤드라인'이 라디오 '임규호의 저녁N'의 코너가 되기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나의 추진력의 부족 탓이 크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슈도 드물고, 주류 언론이 걸러내는 뉴스들이 늘 비슷한 크기로 나열되는 느낌이 들 때, 풀뿌리 미디어를 표방하는 '마을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소식이 뭐 그리 뜨거울까 싶지만 모르는 소리다. 마을신문 편집장님들이 전하는 목소리에서 난 늘 흥분과 아쉬움, 믿음과 따뜻함을 느끼곤 한다. 더 깊고 더 가깝고 더 따뜻한 소식을 담는 코너가 '우리 마을 헤드라인'인 것이다. '옥천신문', '두꺼비마을신문', '보은사람들', '제천인터넷뉴스', '진천백곡신문'까지 지금은 이 다섯 곳의 마을신문이 매주 라디오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 2020년에는 마을미디어와 함께 '뉴미디어' 콘텐츠까지 제작해 볼 생각이다.




   4월은 집밥 대신 병원밥을 3주 넘게 먹어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전신 마취 수술까지 받아야 했으니 내 몸이 온전할 리 없었다. 한 순간의 실수였다. 위기의 순간, 너무 힘을 준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사실 그냥 힘없이 넘어지면 오히려 이렇게까지 다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이렇게 인생은 시련을 통해 가르침을 주나 보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때 그 가르침은 '뭐더라?' 사람이 바보 같다. 잊을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지 않고 잊는다.







5월





   드디어 '한국남매' 촬영을 시작했다. 꼬박 넉 달을 준비해 여덟 차례 녹화해 40편을 만들 생각으로 시작했던 유튜브 콘텐츠이다. 정확히는 한류에 관심 있는 영어권 10,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한국어 교육 유튜브 콘텐츠'이다. 물론 영어로 진행된다. 사진 속 '한국남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LINDY'와 중부지방 셀럽 '설민수 작가'가 맡아 주었다. LINDY는 한국어를 잘못하고, 설민수 작가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데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다소 무모했고 힘든 편집 숙제를 남겼지만, 일단 시작되었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LINDY'는 한국 일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케이프타운 인근에 살고 있다니 행운이 함께한다면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청국장에 상추, 흰쌀밥은 진리이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필자는 반찬 투정이 없다. 반찬 하나로도 흡족한 한 끼를 즐길 줄 아는 소박한 미식가이다. 하지만 아내의 말을 빌어 말하면,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온 음식에는 손을 안 댄다"라고 한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말해 두고 싶다. 그냥 그런가 보다. 내 입맛이 까다로운가? 자문도 해보지만, 정성 담긴 음식을 나만큼 맛깔스레 정성껏 음미하며 먹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내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빙긋이 웃고 있다.






6월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한국남매'에서 'Basic Korean'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두 사람. 바로 'STEVEN GROTIER'와 '오명신 아나운서'이다. 배려와 성실의 아이콘 두 사람이 만나 '한국남매'는 배려 넘치고 친절하게 한국과 한국어를 세계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처음 이 두 사람을 떠올리며 '한국남매'를 기획했다. 다시 말해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한국남매'가 출발도 못했을지 모른다.




   나도 좋아하지만, 딸아이도 무척 좋아하는 비빔국수다. 가끔 내 딸 맞나 싶다가도 비빔국수 좋아하는 걸 보면 천상 부녀지간이다. 식감이 살아 있도록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은 호박을 고명처럼 비빔국수 위에 얹으면 비주얼 끝이다. 아! 통깨 얹는 걸 깜빡했군. 비빔국수를 그릇에 담아낼 때 모양을 잡는 것도 맛깔스럽게 보이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7월





   여행을 통해 배우는 게 있다면 그건 '가족'일지 모른다. 가족여행을 통해 나는 '여행' 보다 '가족'을 더 생각하게 된다. 여름이 뜨겁기 전에 잠시 다녀온 여행에서 나는 각자 존재로 살아 숨 쉬는 가족을 만날 수 있었고, 오래도록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디딤돌로 삼을 것이다. 여행 같은 일상을 살아가자고 하지만, 때론 일상 같은 여행도 좋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고나 할까?




   냉동 오징어를 녹여 살짝 데쳐서 먹기 좋게 썰어 놓는다. 호박과 가지도 비슷한 크기로 썰어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내고, 파를 송송 썰어 오일을 곁들인 간장 소스까지 준비하면 식탁으로 오라는 아내의 부름이 떨어진다. 지체 없이 식탁으로 달려드는 가족.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최적의 맛을 보장받기 어렵다. 준비한 사람의 마음이 기대감의 정점을 찍을 때, 먹는 이는 그 음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오징어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 구운 호박과 가지를 얹고, 간장소스까지 끼얹으면 따뜻한 듯 심심한 듯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는 아내의 여름 별미 '오징어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8월





      여름 한 철 장사하듯, 호떡집에 불난 듯 내게 8월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JIMFF 개막식 레드카펫 생중계와 각종 공연 프로그램들을 뉴미디어로 담아내야 했고,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개막이 월말에 꼬리 물듯 이어지는 격한 스케줄의 시기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날엔 늘 비가 왔다고 하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폭우가 우리를 반겼다. 뉴스 원고는 비에 젖어 한 덩어리가 되었고, 우산을 받쳐 들고 진행한 생방송 뉴스는 어떻게든 잘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유독 더 뜨겁게 느껴졌던 2019년의 여름이 시작되었다.




   집밥 잘 먹고 다니는 것이 어쩌면 호사였을 것이다. 현장에서 도시락으로 김밥 한 줄로 급하게 허기를 달랬지만, 동료들과 함께 먹는 한 끼였기에 든든하고 힘이 났던 것 같다.  






9월





   '마틴'~ 올 한 해 내가 가장 많이 부른 이름이다. 본명은 '김/민/기', '뚱딴지 스튜디오' 대표님이시다. 나와 함께 일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나고 있고, 함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마틴'~을 찾는다. '마틴'이 없었으면 지금의 뉴미디어도 없을 정도로 함께 호흡 맞춰 잘해오고 있다. 든든하고 고맙고 의지되는 동료다.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기간 동안 유튜브 오리지널 LIVE 콘텐츠 '하쑈'를 제작하기 위해 거의 매일 1시간 반을 달려 충주로 출근했다. '하쑈'가 구현되기까지 많은 동료들의 노력과 헌신을 생각하면, 새해 내가 얼마나 잘해야 할지 기대? 되고 설렌? 다.




   흔히 음식은 정성이라고 하지만, 아내가 차리는 음식은 '정성'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다. 숙련된 솜씨로 음식을 잘한다기보다는 진한 마음을 담아 감칠맛을 낸달까? 등줄기에 굵은 땀이 흐를 정도로 잘 먹었던 기억이 나는 불고기이다. 올해도 잘 먹었습니다~.






10월





      요가를 시작한 지 햇수로 2년을 넘겼다. 가끔 청주 구룡산 인근에서 이벤트로 야외 요가를 해본 적은 있지만, '공원요가'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붙여 한 야외 요가는 올해 10월 오송 잔디공원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박완봉 요가 선생님과 매주 이어오고 있는 공원요가는 내게는 '사이드 허슬' Side Hustle 같은 것이다. 늘 하던 것들에서 떨어져 새롭게 덤으로 해보는 사이드 프로젝트이다. SNS에 공지글을 올리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무료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문화제조창C에서 현대미술관 직원들과도 함께 '공원요가'를 하기도 했다. 뿌듯한 일이다. 보람도 있고, 차오르는 만족감이 있는 게 내게 '공원요가'이다. 새해에도 꾸준하게 이어갈 것이다.




   몇 해 전, '충청북도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보은 속리산 버섯 음식 전문점을 '단풍가요제' 유튜브 LIVE를 위해 보은 속리산을 찾았다가 들렀다. 그 일주일 전에 요가 스승님께서 속리산에 가셨다가 밖에 내 사진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반가워 들어가 맛있게 드셨다길래 생각이 더 났던 것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실까? 버섯 식당 여주인은 환하게 웃으며 자주 보아온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 비싼 능이버섯 전골을 고맙다며 그냥 내어 주셨다.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고 받아 든 한상 차림. 상을 받던 해에 남편이 투병 중이었고 힘든 시기였는데 당시 프로그램 중 인터뷰하며 내가 했던 말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많이 위로가 되었다고 하셨다. 덕분에 가을밤 한기로 얼어붙은 몸을 후끈 덥힐 수 있었던 '능이버섯전골'을 영접할 수 있었다.

 





11월





   11월 부산에 다녀왔다. 뉴미디어 관련 교육연수 참석이 목적이었지만, 오래간만에 혼자 떠나는 출장이라 왠지 설렜던 것 같다. 아침엔 해운대를 달렸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신감이 넘칠까?' 난 늘 미래가 불안하고, 예측이 어려워 난감하고, 순간순간 길을 잃을까 조심스러운데... 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고 거침없으며 다른 사람을 쉽게 평가할까? 생각이 많았던 11월이었고 그 생각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우연히 알게 된 일본 음식점인데 고양이가 콘셉트이다. 냥이를 그리는 화가가 운영하는 일본 음식점은 오래된 주택을 최소한 리모델링해 자연스러운 레트로를 공간에 담았다. 음식 맛도 일품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필자에겐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없다는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녹차를 밥 위에 부으면 되겠지~!






12월





   연초에 뿌렸던 기획의 씨앗이 12월 한 겨울이 다 되어서야 싹을 틔웠다. 회사에서 뉴미디어 업무를 맡고 가장 해보고 싶었던 콘텐츠였다. '언젠가 지을 내 집, 마이맨숀'의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파일럿을 찍던 날이다. 패시브하우스를 전문으로 하는 '유보영 건축사'와 건축 콘텐츠 자문을 해주고 있는 '고영목 건축사', '김수진 건축사'가 건축사 트리오를 즉흥적으로 결성했다. 요즘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집에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주 한 편씩, 벌써 70편 가까이 만들어 내고 있는 지상파 콘텐츠 '마이맨숀'을 더욱 입체적으로 브랜딩 할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새해 '마이맨숀'의 약진을 기대해 보자.




   처음 먹어보는 '매생이 톳 굴전'이다. 피자나 파전처럼 한 판 크게 부쳐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당 한 입 가득 풍족하게 식감을 즐길 수 있을 크기로 만들어져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나온다. 매생이와 톳, 굴의 어울림이란 정말 바다 목장에서 해초를 뜯는 굴 한 마리를 연상케 한다. 파일럿 제작 스텝들과 30분 만에 해치운 점심 치고는 정말 기억에 남는 한 끼였다. 근처 갈 일 있으면 다시 찾고 싶다. 추운 날씨면 더더욱.






13월





   인생에 '보너스'같은 시간도 있게 마련이다. 이 사진을 찍던 날이 그랬다. 고향에서 버스를 타고 병원에 계신 사돈어른 뵈러 오신 아버지. 나는 이 사진이 마음에 진하게 남는다. 이런 장면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언제든지 있을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이제는 보살펴 드리고 싶은 '또 다른 나'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순간이 있어 올 한 해 마무리가 따뜻해졌다.




   이름 모를 나물에 듬성듬성 썰어 내어 주신 음식에 호사를 느낀다. 올해 처음 알게 된 '엄호동 선배님'의 누님께서 동생 손님 왔다고 메뉴에도 없는 집밥 메뉴를 내오셨다. '나물에 버무린 묵무침'. 고소한 기름 향과 푸릇한 나물 향이 어우러진 소박한 묵무침이다. 딱 이 정도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딱 적당한 그 맛이다. 쓴맛 단맛 다 보는 인생이라지만, 이런 묵무침 맛으로 인생을 살면 더없이 좋겠다 싶다. 






                          - Epilogue -



   이렇게 2019년을 정리하는 글을 썼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속이 후련한가? 아쉬운가? 덤덤한가? 새해가 기대되는가? 깨달음이 있던가? 새로운 목표가 생겼는가? 사람이 더 좋아졌는가? 무엇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고 생각되는가? 자문해 보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하나로 잘 모아지지 않으면 건강에 헤롭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사실 정리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정리한다고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시작한다고 시작되는 것도 아님을 잘 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도 이미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무리하게 내린 결론적인 문장 하나. 새해에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딱 오늘만 살자!'















- 주말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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