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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자의 조각보 Jul 17. 2022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나 죽을 거 같어~


엄마가 아프다



요즘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는 나를 항상 긴장하게 한다.  

    

“나... 죽을 거 같어... 아무래두 오래 못 버티것어. 이번에는 진짜 내 명이 다 한 거 같어~...”   

  

오후 2시쯤 전화를 걸어온 엄마는, 이번에는 정말 죽을 것 같다고 한다. 이런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하거나 안쓰럽거나 마음이 아프지 않다. 이런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게 싫을 뿐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가방을 챙겨 엄마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작은 아이처럼 거실 쪽으로 등을 보인 채 웅크리고 누워있다.  


“언제부터 그랬대? 일어나요, 병원에 가야지~”  

     

병원에 가자는 내 목소리는 차갑고 사무적이다. 엄마에게 과한 자기 연민만 남은 것처럼 내겐 책임감만 남아있다. 이런 상황을 자주 만들어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엄마 탓이기도 하다.





  

“이번엔 진짜 죽을라나 벼~ 다른 때랑은 다르다니께~ 아이구 ~ ”   

  

병원에 도착해 휠체어에 태운 후, 접수를 마치고 이것저것 검사를 했다. 사십 킬로를 겨우 넘는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등을 둥글게 구부린 채 위태롭게 휠체어에 앉아있다.

     

“머리가 빠개지는 것처럼 아프고요~ 이렇게 머리가 아플 때는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안 보이고요~ 속이 울렁거려서 몇 번을 토했나 모르것어요~”  

   

증상을 묻는 의사에게 명료한 목소리로 정확하게 말한다. 남하고 말할 때 엄마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애써 표준어를 하려는 것처럼 어색하고 깍듯한 말투를 쓴다. 의사는 뇌출혈을 의심했고 여러 가지 검사가 이어졌다. 결과는 다음날 나온다고 했고 입원 허락이 떨어졌다.





"나는 증말이지 오래 살구 싶은 생각이라고는 눈곱만치 두 읍다~ 죽을 까 봐 벌벌 떨면서 오래 살구 싶어 하는 사람들이 병두 걸리구 그러면서 일찍 죽는 거여~ 암이라두 걸려서 얼릉 죽었으믄 하니께, 남들은 잘만 걸린다는  암두  안 걸리잖니~"


이렇게 말하던 엄마였다. 툭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온 식구들을 불안하게 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몸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다. 안과와 이비인후과, 호흡기, 소화기내과, 그리고 신경과와 정형외과까지 다니는 온몸이 말 그대로 종합병원이다. 그러면서 병원에 갈 때마다 속 시원하게 원인이나 알려는 것이지, 절대 오래 살고 싶거나 죽을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한다.



내가 아팠다



그때가 몇 살 때인지, 어디가 얼마나 아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이 아팠으면 엄마가 나를 업고 병원엘 갔을까 추측할 뿐이다. 나는 그날 엄마의 등에 내 얼굴과 배를 대고 업혀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경험이었다. 기분 좋게 흔들리면서 따뜻하던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작 엄마에게 업혔을 뿐인데 가슴이 벅차도록 자랑스다. 이런  나를 누구라도 봐주었으면 싶었다.


에서 병원이 있던 역 근처까지는 제법 먼 거리였다. 아픈 아이를 업었으니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몇 번이나 멈춰 선 엄마는 등에 업힌 나를 떨어트릴 듯이 짜증을 내며 좌우로 흔들었다.

        

“밉다 밉다 하니께 참말 갖은 풍악이여~”  

        

내가 아픈 것도 미운 엄마였다. 나는 그때 울었다. 그냥 서러웠다. 엄마는 내가 많이 아파서 우는 줄 알았을까. 그날 나는 몇 번이나 떨어질 듯 흔들렸지만 병원까지 무사히 업혀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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