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쁘게 Oct 16. 2024

요즘 알게 된 사실들

나에 대해 알게 된 일들

나는 불안정형 애착을 가졌다. 매일 출근하시던 엄마를 쫓아 나가면서 어제 엄마가 나를 피해 위층으로 도망가면 오늘은 아래층으로 도망갔었다. 그래서 2~3세 경이었기에 그저 엄마가 위층으로 갔으면 위로 따라갔고, 아래로 따라가 보고 하였지만, 항상 엄마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물론, 할머니의 야단도 덤이었다. 저녁이면 돌아오시는데 그게 왜 그리 싫었는지 모르겠다. 나를 보고 엄마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냥 학교에 데려간 것도 여러 번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 분리 불안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인지 나는 늘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았고, 그들에게 버림받기 전에 내가 버리면 상처받지 않아서 좋았다. 유튜브에 떠도는 말처럼 불안정형 애착은 회피형에게만 이상하게도 끌리는 듯하였다. 그런 사람들은 뭔가 금사빠처럼 한눈에 빠진다고 해야 할까. 내게 꾸준히 잘해주며, 칭찬해 주고, 자주 연락하는 사람을 바라면서도 그런 이들이 다가오면 선을 긋고 도망가기 급급했다. 왜 그리 나에 대한 판단이 느렸을까? 요즘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 참으로 놀라운 것을 알았다. 나의 30대는 이상하리 만큼 주변에 이성을 주시지 않았고, 그나마 연결된 이성들까지도 싹 거두어 가셨다. 정말 뭔가 작정하신 듯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더 미련했고, 순진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은 말했다. 자신은 몇 번의 사랑을 해보니 자신이 어떤 성격의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외모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자신에게 배려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이 무례함으로 답하거나, 칼같이 잘라 내었다고 한다. 무례한 사람과 만남을 한다면 자신만 고통받을 것을 잘 안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특성을 잘 분석하고 아는 사람들을 보며 놀랐다. 나는 왜 이런 통찰력을 가지지 못했을까? 그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인가 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우선이었고, 자기애가 강했고, 자존감이 높았다. 실패에 쓰러져도 다시 긍정적으로 일어났다. 아픔이 있더라도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후에 아픔이 있어도 다시 사랑했으며,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될 때에는 너무 아파도 칼같이 잘라냈다. 그리움과 미련이 있어도 한번 아니라고 잘라낸 곳은 절대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란 것을 알기에 하는 것 같았다. 난 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나이까지 무엇을 배우고 산 것일까? 대학까지 나왔고, 그 이상의 공부도 했다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는 전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이제야 조금 깨닫는 나는 자존감이 낮고, 외모 콤플렉스가 심하고, 불안정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해서 모든 것을 주고 헤어졌을 때의 아픔을 감당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묵묵히 잘 견뎌내는 아픔을 말이다.

그래서 사실은 무척 무섭다. 결혼이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 등에 대한 것은 내려놓았다. 하지만 나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내게 충분히 예쁘니 성형하지 말고 피부에 신경 쓰라던 얘기도 사실은 와닿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와닿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보통이하의 외모이지만 자신감이 충만하고 예쁘다고 사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난 왜 그 사람들처럼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한 것일까?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항상 하는 생각들이다. 심리학 책도 사보고, 여러 가지도 읽어보지만 잘 모르겠다. 떠도는 말처럼 불안형 애정결핍은 안정형과 만나면 안정형이 된다는데 정말일까? 그럼 상대가 안정형인지는 어떻게 인지할 수 있냔 말인가?

모든 게 항상 궁금한데 정작 나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이전 19화 넌 지나치게 예민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