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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쁘게 Oct 09. 2024

선생님, 제가 미친 건가요?

난 그들의 행동에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정신과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라 운동을 끝내고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께 이전에 이모 얘기를 했었고, 그게 기록이 되어있는 것을 알기에, 그 일에 대한 친척들의 반응을 얘기했다.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 그들이 당신을 가스라이팅 하는 게 아닙니다. 가스라이팅은 간접적으로 그 사람을 모욕하고, 길들이는 것이고, 그들은 직접적으로 당신 면전에서 모욕을 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가 왜 그리 빈번하고 가까운 겁니까?"라고 물으셨다. 난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형제들 사이가 좋아서 자주 모이고 겉보기엔 친하게들 지냈다고. 사촌들끼리도 말이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를 욕하고 시기 질투하고, 비방하는 불건전한 관계였고, 자기들만이 진리이요, 길이라는 식으로 왕이나 신적 존재로 자신과 자기 자식들을 치부하기에, 너무 늦게 알아차렸지만, 내 부모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았고, 또 나는 충분히 성인이었기에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서 몇 년 전쯤부터는 명절에 외가 친척들의 모임에 가는 것은 끊었고, 그 외의 모임에는 가끔 가고, 그들이 연락이 오면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선생님께서 내게 다시 말했다." 그들은 당신의 인생에 전혀 좋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치명적으로 나쁜 영향들만 주었고, 지금도 당신이 일어나서 회복하려 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고 일일이 간섭하니, 그들과 일절 연락과 만남을 끊으세요. 원래 몰랐던 사람들처럼. 그것이 당신을 바로 세우고, 당신이 회복하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의 인생에도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그와 헤어지기로 작정한 것이 거의 7~8개월 전이나 처음에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무서웠으나, 오히려 운동이나 여러 가지 모임 등으로 만나고 나니 두려움이 덜어졌고, 아직 남자를 만나는 것과 직장을 갖는 것이 이상하리 만큼 무섭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누군가를 소개해준다고 하면 너무 이르다며 계속 거절하다가, 얼마 전에 오히려 그냥 친구들 만나서 차 마시고 얘기하다 오는 것처럼 사람을 만나보자 하여 세명정도의 사람들과 만나보았다고. 물론 이성적 연락이나 인연은 없이 말이다. 그랬더니 확실히 이젠 이성을 만나는 것이 무섭지만은 않다고 말이다. 물론, 이제는 결혼이나 아이를 낳거나,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마음은 다 내려두었고, 이런 것을 내려둔다고 마음을 먹으니 직장에서 힘들게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먹고 살 정도만 된다면, 그렇게도 살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먹고살며 돈을 조금씩 모아서 여행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후반부를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이다. 면담 후에, 갑자기 우울증과 공황장애 테스트를 하라고 하여, 짧은 설문지에 답하고, 몇만 원을 추가로 더 내고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죽고 싶다던가, 살기 싫다던가, 모든 게 부정적이었는데,  이런 것에 체크하지 않는 나를 보며, 그래도 나아졌구나, 정말 한 발씩 내딛고 있구나,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며, 그저 신께 기도드리며 나아가자란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나아졌다고 게을러진 나를 보며 심장이 두근거리며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은 주님께 맡겨보자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성을 만날 때 뭔가 무섭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마음이 없어져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설교에서 갑자기 이유도 없이 좋은 일이 생기면 주님께서 내게 복을 주시는구나 하고 내 마음대로 판단하다가, 갑자기 나쁜 일이 생겨서 힘겨워하게 된다는 경고의 말씀이셨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두려워지고 무서워졌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행복함이 주님께서 주시는 복이 아닌 내 마음대로의 생각이며, 조금 뒤에 불행이 찾아와서 다시 내게 경고하시는 게 아닐까라고 말이다. 하나님, 제가 두려워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상황을 판단하지 않길, 이 행복한 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누리게 해 주시길 오늘도 기도드려 봅니다. 저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소소한 행복을 누려도 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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