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관희 May 09. 2024

멍든 아이는 멍을 잊지 못한다. 8화

억울하다.

정확히 ’학생인권조례‘ 라는 조례가 탄생하기 이전과 이후의 교사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조례를 통해서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체벌이 금지되고 선생님 단독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것이 바뀌어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저 인권조례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본 선생님들의 모습은 교실 내 최고의 권력자이자 심판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해결자로서의 교사를 현재 이 시대에서는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결자로서의 교사를 요구만 했지 그것을 위한 준비와 지원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야 그 지원을 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조금은 늦은 감이 있었다. 

 

솔직히 억울했다. 나는 교실 내 폭력에 항상 노출되어 왔다. 선생님으로부터 그리고 내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 모든 폭력의 노출을 견뎌왔다. 지금 내가 억울한 것은 내가 그 폭력을 휘두르지 못해서 억울한 것이 아니라 나는 왜 그 폭력 속에서 노출되어 왔는지 그것이 정말 억울했다. 그러한 억울함을 내가 교실 속에서 고독히 혼자 느끼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정민이가 학교를 못 가겠다고 해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 반 정민이 어머님의 연락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정민이가 아무 말도 안 한다고 했다. 김정민, 우리 반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 중 한 명으로 심성도 착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왜 학교에 오지 않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정민이가 혹시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혹은 내가 무서워서 오지 않으려고 한 것인지 그것이 걱정되었다. 

 

”오늘 오후에 집으로 방문 한 번 하겠습니다.“

 

이 일을 교감 선생님에게 보고를 하고 정민이의 집으로 찾아갔다. 갈 때 교감 선생님은 혹여라도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혹은 어떤 큰 문제 때문에 안 오는 거면 즉각 본인을 불러달라고 말씀 하셨다. 요즘 시대에 조금만 잘못해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나도 그것을 이미 알고 있어 웃으면서 잘 다녀오겠다고 답변을 했지만 그 아이 집을 찾아가는 동안 마음이 매우 답답했다. 내가 무언가를 정민에게 잘못을 했을까. 혹은 정민이가 너무 소심해서 괴롭힘 당하는 것을 말 못하고 학교를 가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정민이의 집은 그렇게 못사는 집이 아니었다. 그래도 중산층 정도의 누구나 다 알만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정민의 집을 찾아가서 아파트 철문을 잡고 열었을 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정민이가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우와! 선생님 우리 집에 왔다.“

이전 07화 멍든 아이는 멍을 잊지 못한다. 7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