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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May 09. 2024

멍든 아이는 멍을 잊지 못한다. 10화

마음에 멍이 들다.

“엄마, 나 숨이 안 쉬어져.”

 

개학 3일 전 나는 숨을 쉴 때마다 나의 왼쪽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 통증이 약하게만 있었는데 개학이 다가올수록 나의 왼쪽 가슴의 통증은 심해졌다. 들숨을 쉴 때 느껴지는 통증은 누군가 바늘로 나의 심장을 찌르는 통증과 같았다. 개학 일주일 전 새벽 나는 숨을 도저히 쉴 수가 없어 엄마에게 말했고 곧 응급실로 갔다.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 등등을 했지만 그 통증의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입원을 하게 되었고 숨은 여전히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산소 호흡기를 하게 되었다. 숨을 들이쉴 때만 가슴이 아팠지만 이내 숨을 내쉴 때도 가슴이 아팠다. 그런 나의 모습이 가여웠는지 아동병원 간호사님들께서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그리고 내 앞에 입원해 있는 5살짜리 꼬마 동생도 내 병상 침대로 와 나의 얼굴과 등을 자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나의 나이 중1, 14살. 나는 병원에서 처음으로 따스함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었고 그것은 그 당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따뜻함이었다. 신기한 것은 입원 후부터 통증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통증이 줄어들면서 너무 걱정되었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학교는 그 어린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벅찬 장소였다. 그렇게 통증이 거의 사라져 갈 무렵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어요. 전부 정상입니다. 더 검사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통증이 계속 있다는 것은 이제 다른 부분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가령 정신적인 부분을 조금 체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우선은 퇴원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정신적인 부분. 우리 부모님은 그 단어를 듣고 표정이 매우 일그러졌다. 차라리 신체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약을 먹거나 더 치료를 받으면 될 텐데 하필이면 나의 통증의 원인이 정신적인 부분이라니. 부모님의 마음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퇴원하게 된 날은 이미 학교 개학 한 지 3일이 지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올 때 부모님과 나는 그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 때 까지 부모님께 매 한 번 맞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1학기에 만들어진 그 멍들은 아마도 감당하기 벅찬 멍이었으리라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나에게 학교 가기 싫으냐고 물었고, 나는 학교가 너무 무섭다 그 말만 했다. 엄마는 옆방으로 가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내일은 학교에 가라고 하셨다. 나는 다음날 학교를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그 어떤 선택권도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은 것이 일부러 부모님 앞에서는 더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부모님의 심란하고 걱정되는 표정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 날 떨리는 마음과 부둥키는 호흡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교실 문 앞으로 갔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단 한마디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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