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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May 09. 2024

멍든 아이는 멍을 잊지 못한다. 6화

나는 너무 어렸다. 

창호의 그 말을 들은 우리 오 총사는 너무 기뻤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당시 14살의 소년이었다. 학교 점심시간, 삼삼오오 같이 앉아서 먹던 와중에 창호가 같이 먹으니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창호야 불쌍하게 혼자 먹지 말고 우리랑 같이 먹자.”

불쌍한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 즉 연민의 마음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을 상대방이 알게 되면 그것은 인간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매우 위험한 행위가 된다. 그것을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창호는 입이 굳어지더니 이내 눈까지 굳어졌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급식실 잔반 버리는 곳으로 빠르게 일어났다. 나와 내 오 총사 친구들은 말실수를 한 것을 알아채고 가서 사과를 했지만 창호는 알겠다고만 하고 우리의 마음을 받아주진 않았다. 상대방의 자존감을 건드린 대가였다. 그러나 일은 그 이후 6교시에 터졌다. 우리 반 대장 대준이의 먹잇감으로 창호가 포착이 된 것이었다. 6교시 음악시간 우리 반은 음악실로 갔지만 거기에는 음악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7명의 힘센 아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 반의 최고 권력자들인 7명의 힘이 센 아이들은 종종 본인들의 놀잇감을 찾고 그 놀잇감으로 장난도 치고 괴롭히기도 했다. 그 날 그 시간은 바로 창호가 그들의 먹잇감이 된 날이었다. 

 

“야, 너 창호랑 싸워서 이길 수 있냐?” 

 

대준이가 7명의 아이 중 한 명에게 물었다. 이것은 싸워보라는 암묵적인 신호였다. 

 

“아니 내가 당연히 이기지. 무슨 소리야. 야. 박창호. 너 이리 와봐”

 

창호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대준이가 말했다.

 

“야, 네가 직접 가봐. 쟤가 너 무시하는데? 가서 때려봐”

 

그 말을 들은 7명의 아이 중 한 명이 창호에게 갔다. 그리고 창호의 뒷 머리채를 잡았고 그렇게 폭력이 시작되었다. 창호는 뒷 머리채를 잡힌 것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싸움을 건 아이는 바로 창호의 이마와 볼에 주먹을 날렸다. 우리 오 총사는 보고만 있었다.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나서면 나의 싸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설 수가 없었다. 그저 웃고 있는 대준이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창호는 그렇게 두 대를 맞고 머리채를 잡힌 채 울면서 말했다.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그렇게 대준이와 나머지 아이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얼마 뒤 음악 선생님이 오셨다. 우리 반은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음악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창호는 사라졌고 얼마 뒤 우리 반의 최고 심판자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왔다. 

 

“박창호 괴롭힌 애들은 알아서 모두 교실 뒤로 나가 있어”

 

먼저 아까 창호를 때린 7명의 아이 중 한 명이 뒤로 나갔다. 그리고 이름 호명이 시작되었다.

“왜 더 안 나가? 이건우, 하상훈, 여규동, 신민석, 이정연, 너희 다 뒤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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