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커피와 현대 한국 커피의 문화(3)
한국 사람들은 인스턴트커피 하면 어떠한 커피 어떤 커피를 떠올릴까?
네슬레의 인스턴트커피?
고급 원두커피를 만드는 카누?
스타벅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 전문 카페에서 내놓은 각종 원두커피?
커피 문화의 발전과 함께 인스턴트커피도 다양해진 지금 열거되지 않은 커피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커피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커피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커피가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라면 첫 질문부터 떠올렸을 것이라 확신할 만큼 맛도 색상도 뚜렷한 그 커피.
노란색 상의 커피 스틱을 하고 있으며, 달달한 프림과 설탕 그리고 가루 형태의 원두가 들어간 동서식품에서 생산하고 있는 일명 '맥심'커피를 말이다.
도대체 이 맥심커피는 언제부터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아니, 그전에 상호에 '맥심'이 들어가는데 정녕 우리가 만든 커피가 맞는 것일까?
맞는다면 우리는 왜 순우리말 대신 영어를 택했으며, 언제부터 쓰고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해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1970년, 국내 최초 인스턴트커피의 혜성 같은 등장으로 한국 커피 문화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커피의 이름은 '맥스웰하우스'로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리병에 담겨 생산되었으며, 분무 건조 방식을 이용하여 뜨거운 물만 있으면 즉석에서 타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지금의 인스턴트커피와 같은 '솔루브'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인스턴트커피인데 왜 우리는 한글 상품명 아닌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라는 영문을 한글로 표기하여 상품명을 정한 것일까?
그 이유는 동서식품의 탄생 배경에 숨어있는데, 당시 국내의 기술력만으로는 자체적으로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아 미국의 '제너럴 푸즈'와 기술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인수받은 기술력을 통해 이미 해외 시장에서 출시되고 있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었으며, 그렇기에 상품명은 한글이 아닌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라는 영문을 한글로 표기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 있던 커피를 들여온 것뿐이며, 단순하게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 한국 커피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는 국내 최초라는 단순한 타이틀에 가려져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치와 그 변화를 잘 바라볼 수 없는것이라 생각한다.
그 가치와 변화는 앞서 필자가 다룬 한국의 커피 문화가 시작된 시기인 60년대, 즉 맥스웰하우스 등장 이전 시기의 커피 문화를 고려해 본다면 우리는 숨겨진 가치와 쉽게 보이지 않는 변화를 바라볼수 있다.
맥스웰하우스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한국의 커피 문화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 바로 밀수라는 한 가지 유통경로를 통해 커피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 커피 문화의 성장은 더디고 제한될 수밖에 없었으며, 소비 공간 또한 다방이라는 특정한 공간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 또한 있었다.
하지만 맥스웰하우스 커피가 등장함으로써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70년대의 한국 커피 문화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급진적으로 성장하게된다.
맥스웰하우스의 등장으로 인해 주목할 첫 번째 요소는 유통경로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위험 부담이 큰 밀수의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이제 정상적인 안정적인 유통 경로를통해 커피를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커피 소비 공간의 확장과 보급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인데
이는 유통경로가 변경됨에 따라 커피의 가격 또한 내려가며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물론 맥스웰하우스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가정집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소수만의 전유물로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었으며, 그렇기에 가정집으로의 보급화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맥스웰하우스의 등장으로 인해 유통 경로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커피는 가정으로 보급화 가능할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게 되며, 다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가정집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커피의 소비 공간이 확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참고로 72년 맥스웰하우스 50g의 가격이 300원 150g의 가격이 750원이었는데 통계청의 화폐가치 환산 프로그램에 따르면 300원은 2024년의 7299원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이렇게 우리는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의 국내 최초라는 단순한 타이틀에 가려져 있던 가치와그 변화에 주목해볼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노란 커피스틱의 전신이 등정한
커피믹스가 등장한 시기로 가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