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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노트 Mar 25. 2024

DNA, 카페인을 만나다

인스턴트 커피와 현대 한국 커피의 문화(1)


[70여년의 DNA]


모든 게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사회 속, 한국인들은 유 독 더 바쁘게 살아간다.

일도 빠르게 인터넷도 빠르게 먹는 것도 빠르게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 만 급한 성향의 민족을 꼽으라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성향 탓인 걸까? 한국에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 방법 에 있어 액상, 분말, 커피믹스 등 즉석에서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여러 인스턴트커피를 선호한다.


물론 현재는 여러 커피 머신, 핸드드립 등 다양해진 커 피 제조 방식, 스페셜티 원두와 같은 고급 원두커피 선 호도의 증가하는 등 여러 커피문화의 발전 현상으로 인 해 커피 시장에서 인스턴트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턴트커피는 지 금까지도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라는 사 실은 여전하다. (자고로 인스턴트커피란 편의점에서 제조된 완성형 커피가 아닌 분말, 액상, 커피믹스와 같 은 솔 루브, 즉 물에 용해해서 마시는 커피를 뜻한다.)


이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쉽게 떠올려지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해 본다면 조금은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데 그 특성은 바로 의, 식, 주 모 든 면에서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특성이다.

어떻게 우리는 자국의 전통문화도 아닌 커피 문화를 7

0여 년 동안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며 현재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수 있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한마디로 역사의 매 순간이 지금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현대 한국에서 커피 문화가 시작된 후, 어느 특정한 시기 덕분에 문화가 발전되었다고 말하기 는 어렵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이제부터 인스턴트커피 를 바탕으로 시작된 70여 년 전 현대 한국 커피문화부 터 202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인스턴트커 피로 인한 특징과 어떠한 문화들이 생성되어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카페인, DNA로 스며들다]


현대 한국의 커피 문화는 1950년대 지금으로부터 70

여 년 전 한국전쟁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하게된다.

우선 50년대 커피에관한 시대적 상황을 간략하게 설 명하자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커피를 생산하는 시설 이 없었으며, 전쟁으로 인해 커피의 수입 또한 금지 시 되었기에 국내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커피를 접할 방법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군들에 의해 인스턴트 커피가 최초로 도입되기 전까지 인스턴트커피라는 존 재를 아는 이들은 익히 드물었으며, 전쟁 이전부터 존 재했던 원두커피 조차 가격이 비싼 탓에 당대 커피는 일부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전유물이었다.


한마디로 인스턴트커피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음은 물 론 현대 커피 문화 또한 정착되지 않은 시기였던것이다

그러던 와중 우리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인스 턴트커피라는 새로운 형태의 커피를 접하며,

급작스럽게 커피문화의 첫막을 올리게된다.

우리의 DNA속으로 카페인이 스며든 첫 순간이었다.


이 첫 막은 '문화의 시작점이라고 봐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 정 도로 급작스러웠으며 환경 또한 매우 열악하였다. 커피 문화의 발전은 고사하고 존립의 여부조차불투명할 정도로 우리는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 던것이다.


그런 당대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시로는 커피의 유통 경로를 보면 알 수 있다.

인스턴트커피를 접할 수 있던 경로는 총 두 가지로 첫 번째는 미군들에게 지급되었던 c-ration이라는 야전 식량을 통해 접하는 경로가 있었으며(C-ration의 구성 품목 중 하나가 인스턴트커피였다)

두 번째는 미군이 px에서 구매해온 커피를 암거래하여 비싼 값에 구매하는 경로였다.

다른 경로는 없이 오직 이 두 가지 경로만이 존재했으 며 해당 경로를 제외한 다른 경로를 통해서는 커피를 접하거나 맛볼 수 없을 만큼 커피 유통 시장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각각의 경로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 면 우선 첫 번째 c-ration 야전 식량을 통한 경로의 경 우, 쉽게 생각해 'Give me the chocolate'과 유사 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커피를 초콜릿처럼 던져주 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아야 맛을 볼 수 있었다는점 때 문이다. 다음 두 번째 '미군과의 암거래를 통한 경로'의 경우 돈만 있다면 확실하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 어, 첫 번째 경로보다는 확실하게 접할 수 있는 경로라 할 수 있지만 시대상황과 암거래를 고려했을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큰 단점이 존재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


그렇게 어렵게 커피를 공수하여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사용법을 모른다는 문제점이었다.

커피 가루를 눈앞에 두고도 쓰임새와 용도를 알지 못하 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은 물론이며, 커피를 잔이 아 닌 대접으로 마시거나 가마솥에 가득 끓여 마시는 오남 용을 하는 사람도 있어

커피의 부작용 중 하나인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때문에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보이는 것에서 커피는 회충약으로 불리며 회충약으로 믿고 복용할 정도로 커피는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커피를 대하는 방식과 태도가 매우 서툴렀기 때문이다.



[미비한 시작이지만]


문화가 생성된 이후의 50년대 시기 커피 문화는 발전 을 이루었을까? 당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하기에 도 애매한 수준이었다. 전쟁 시기와 앞서 살펴본 유통 경로의 특성상 보급화와 대중화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해당 시기부터 한국의 커피 문화가 생 성되었다고 보는 까닭은 현대 한국 커피문화라는 긴 선 상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다음 시기 커피 문화가 존재하 고 발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 이 시기를 현대 한국 커피문화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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