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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Nov 30. 2023

새삼 깨달은 건강의 중요성


8년 전 쯤에 만나 뵌 분이 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정년 퇴직하시고 협회에서 일을 하고 계셨지요.


처음엔 일로 뵈었는데, 인품도 훌륭하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주셔서 일이 끝나고도 계속 연락을 드리고 한 번씩 뵙고 식사도 했습니다.


저에겐 좋은 기회도 주셔서, 지금은 그 기회를 시작으로 저변을 많이 넓혔지요. 그 분께서 챙겨주신 것이 시작이 되어, 점점 더 잘 된 경우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씩 식사를 하며 얼굴도 뵈고 식사 자리도 마련하고 했었는데요. 어느 때부터인가 일이 있으시다고 다음에 보자고 하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오랜만에 뵈었는데, 부쩍 수척해지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암에 걸려서 그동안 치료를 했다고 말씀 하셨지요.


식사도 잘 하시고 풍채도 있으셔서 건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말씀을 가만히 들어보니, 젊어서부터 열심히 일하시고 야근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국정 감사 등이 있을 때는 밤샘도 많이 하시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잠깐 쉴 때 계속 담배를 피웠고, 회식을 하면 폭음, 폭식했던 적이 많았다고 하셨습니다.


술, 담배, 피로,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 건강을

해치는 모든 것이 나왔지요. 이런 것들을 조심하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쉽나요.


잠깐 쉬면서 밖에서 담배 피울 때, 저녁에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친해지고, 사무실에서 하기 힘든 얘기도

터 놓고 하는 세상에서요.


더욱이, 해외 출장도 많이 다니시고,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셨는데, 어떤 분들은 그런 걸 부러워하시기도 하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설레고 좋지만, 장시간 높은 고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자주 탄다는 게 건강에 좋을 리가 없지요. 저도 출장이 한창 많을 때 일주일은 한국에 있고, 일주일은 유럽이나 미국에 출장을 가서 회의하며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을 때, 시차 문제도 있었지만 기관지와 목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두 달 정도 그렇게 다녔었는데 다행히 일이 그렇게 정리되어 망정이지 더 다녔으면 건강에 큰 해가 있었겠구나 라는 걸 체감할 정도였지요.


그 분은 나이 60이 넘으셔서도 일로, 가족여행으로 장거리 해외 출장과 여행을 자주 다니셨는데, 몸이 약해진 나이에 분명 더 좋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한두 달에 한번씩 꾸준히 그렇게 다니셔서 좋지 않으셨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 자녀분도 부모님들 효도여행을 보내드렸는데 다녀오셔서 건강이 더 안 좋아지셨다는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때로, 생각해 주는 게 독이 되기도 해서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저도 어머니가 암에 걸리셔서 당시 해외에 근무하다 혼비백산 한국으로 복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어 5년이 지나 지금은 쾌차 하셨지요. 그걸 알고 겪었으면서, 그리고 가족력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회식이나 모임에 끌려 가기도 합니다. 가면 당연히 부어라 돌려라 마셔라 지요. 요즘은 시대가 조금이나마 바뀌어서 술을 막 권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어머니는 젓갈과 숯불 직화 고기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밥맛 돋우는 오징어 젓이나 지글지글 얇은 불판에 구워 먹는 고기를 좋아하셨지요. 집에 돈이 없어서 몇 달에 한번 드실 때는 상추를 크게 싸서 앙 하고 드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이실 수 없었습니다. 웃음이 떠나시지 않았지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숯불 고기가 암 환자에게 그렇게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적게 먹은 게 다행이다 싶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젓갈은 5년 후 완쾌된 후 어머니가 제주도 여행을 가셔서 좋아하던 음식이라 실컷 드셨습니다.

그리고 탈이 나서 저에게,


“죽는 줄 알았다.”

고 말씀 하시고 그 다음부턴 거의 입에 대지 않으십니다.


물론, 저도 그 이후로 젓갈은 잘 먹지 않고, 숯불 고기를 제 돈 내고 사 먹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고기라 회식 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따라 가서 어쩔 수 없이 먹게 됩니다.


지금이야 산업화 시대 베이비 붐 세대 분들이 열심히 사시면서, 자신을 잘 돌보기 힘들어 아프신 분들이 많아서 조심이나 하지. 예전에는 사무실에서도 담배 피우고, 저녁에 회식하면 새벽까지 3차 이상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몰래 피우는 것이 아니라 잿떨이를 준비해주기까지 하는 시절도 있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신기합니다. 하긴, 버스 안에서 대놓고 담배 피우던 때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시대 변화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런 야근과 회식 문화가 많이 줄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오늘 이 분의 부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60대 중반의 나이신데, 평균 수명 80 이상인 시대에 좋은 분이 너무 빨리 가셔서 무척 안타깝고 황망합니다.


올해 같이 식사하고, 다음 식사 약속까지 잡았었는데, 더 자주 뵙고 모시지 못해 너무나도 슬픕니다.





어쩌면 개인적인 관계의 일을 이 곳에 적는 이유는, 건강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95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외할마니는 95세가 넘으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구요. 어머니가 60대에 암에 걸리셔서 하마터면 외조부모님들보다 자칫 일찍 돌아가실 뻔 했지요.


두 분은 시골에 사셨습니다. 적게 드시고 자연을 벗 삼아 편안한 마음으로 사셨지요. 욕심도 별로 없는 분들이셨습니다.


도시의 맛집에 모시고 가려 해도 한사코 싫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기도 안 좋고 사람 많은 곳 싫다고 하시면서요. 신선한 재료 골라서 가져다가 집에서 우리 손으로 씻고 준비해서 같이 밥 해 먹자고 하셔서 그리 했습니다. 설거지도 쌀뜨물 같은 걸로 직접 하셔서 고생스럽긴 했지만, 설거지가 대충 해서 덜 되어 속에 탈이 난 적은 없었지요.


그때는 손자 돈 쓰는 것 아껴주시려고 그러시나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냥 밖에서 먹고 돈 내고 나오면 편한데, 재료 손질하고 음식하고 먹은 다음엔 설거지와 청소 등 번거롭다고 생각했지요.


지나고 보니 도심에서 사람 많은 곳에서 치이며 폭식하며 빨리 먹는 것 자체를 싫어하셨던 것 같습니다.

밖에서 밥 먹으면 꼭 속이 안 좋다고 말씀 하신 것도 진짜 그럴까 싶었지만, 저도 나이가 들고, 주변을 보니 이해가 됩니다.


얼마 전 같이 일하시는 분도 암에 걸리셨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1/3이 암에 걸린다는 통계를 본 적 있는데, 실감이 납니다. 결혼한 1/3은 이혼한다는

통계에서와 같이 주변에 이혼한 사람, 즉, 돌싱들이 많아 그런 숫자가 진짜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성격이 좋으시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셨지요. 활달하셔서 전국 여기 저기 여행을 다니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참 좋아 보였지요.


그래서, 활기차고 즐겁게 사시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그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근데, 밖에서 먹으면 다 밀가루에, 기름에 튀긴 게 많긴 많아.

술도 결국 알콜이고, 사이다니 콜라니 결국 탄산 이산화탄소 통에서 나오는 거지.


보관 쉽게 하면서 빨리 만들고 맛있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많이 먹다 보면 먹을 땐 좋은데 나중에 속이 안 좋아.


식당들도 기억에 남도록 자극적인 맛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그런지, 대부분 맵고 짜고 단 맛이 너무 강해.


난 담백한 음식이 좋은데 말이야.


그리고 어떤 집들은 재료가 오래돼서 유통 기한이

지난 걸 쓰는지, 바빠서 설거지를 잘 안 해서 그런지 음식하고 식기에서 냄새가 나기도 하더라고.


그래서, 음식을 집에서 해서 싸 가지고 가서 먹기도 하는데, 매번 그렇게 하는 게 그리 쉽나. 귀찮고.


좋은 데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 먹고 사는 게 낙이긴 한데, 꼭 좋지만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


많이 먹으니까 나쁜 게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거지. 소화도 힘들고.

잘 골라서 몸에 필요한 만큼만 먹으면 나쁜 게 들어 올 확률도 낮고, 소화에도 부담이 없지. 소화제 따로 먹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 건강하려면 소식하라고 하나 봐.

좋은 재료 사다가 직접 깨끗하게 조리해 먹고, 설거지도 깔끔하게 해서 먹고 말이야.“


우리는 맛있는 단짠과 자극적인 매콤함이나 맛있게 맵다는 것에 빠지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층들이 좋아한다는 마라탕 먹고 탕후루를 먹는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그렇게 먹은 것이 소아 비만을 넘어서 당뇨까지 생긴다고 하니, 음식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곤 합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밤새 술 마시고 나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술 마시고는 오바이트해서 속 한번 싹 비우고, 라면 때린 다음에 콜라를 쫙 마셔줘야 짜릿하고 좋아."


다행히 그때도 그런 말을 들으면서 저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몸에 안 좋은 건 다하는 것이었지요. 젊을 때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이 성할 리 없습니다.


그러다 젊은 날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거나 불행한 일을 겪은 친구들을 보며, '불금' 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불금이라는 말에도 마케팅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다음 날 토요일이니 맘껏 놀고 즐기고 다음 날 푹 쉬라는 말이지만, 결국 술 마시고 식당 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팔아주는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그런 말 같습니다.


유명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다가 설거지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음식 냄새와 맛을 보니 왠지 유통기한을 지난 재료를 쓴 게 아닌가 싶어 먹지 않고 그냥 나온 적도 있습니다. 손님이 몰리고 회전을 빨리 해야 할 때 과연 설거지를 모두 제대로 할까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큰 식당에서 설거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꼼꼼하고 깨끗하게 하려고 하니,


"바쁜데 뭘 그렇게 꾸물꾸물하고 있어. 사람 몰릴 땐 그냥 대충 해. 어차피 사람들 신경도 안 써."


이런 말을 하는 사장님을 만나기도 했지요.


물론, 자영업 식당 하시는 분들 중에 재료도 깨끗하고 좋은 것을 쓰시고, 유통기한 지나거나 썩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고, 음식 재활용도 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설거지도 깨끗이 해서 오물이나 설거지 세제가 남지 않게 다들 하시리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번은 광명 쪽 밤일마을에 있는 크게 하는 맛집에 갔다가, 돌솥밥에서 수세미가 나온 것을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론 그 두부 집에 가지 않지요.


마케팅이나 화려한 장식을 보지 않고, 음식 재료와 식당 청결 상태, 주방이 보이고 일하시는 분들이 깨끗하게 하시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돈 좀 있고 여유 있는 분들은 꼭 모임을 호텔 식당에서 하자고 하십니다.

처음엔 무슨 돈 자랑 하려고 비싸게 저런 곳에서 하자고 하시나 싶었는데, private이나 서비스, 청결도 있지만, 음식 재료와 설거지 등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크고 이름 있는 호텔이 더 신경 써서 그러시다는 말씀을 듣고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날, 송년회가 많은 12월을 앞두고,

작가님들과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모두 건강 잘 챙기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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