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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Nov 19. 2023

어느 건축주의 고민

소설 사기꾼 1-3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참고로, 이 글은 앞의 글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상상 속 100 프로 허구의 소설입니다. 특히, 글에 묘사된 나쁜 집주인, 건축주, 부동산 중개업자 등은 지금 처벌받고 있고 비난 받는 소수가 문제이고, 다수 분들은 사기 치지 않고 나쁜 짓 안 하고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49


건축주 C는 조바심이 났다.


주변에서 빌라를 짓고 분양을 하면 꽤 잘되던 시기가 있었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서 아파트를 사서 들어가 사는 것을 엄두를 못 내던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 부부 같은 친구들이 오피스텔, 빌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10억짜리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월 200을 벌어도 하나도 안 쓰고 500개월, 40년을 넘게 모아야 살 수 있었으니, 얘기가 되지 않았다. 40년을 일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5억짜리 정말 작은 아파트를, 그래도 조금 번다는 월 500 소득자가 사려고 해도 하나도 안 쓰고 100개월이니 8년 넘게 모아야 해서 여간 부담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가도 오르고 Yolo를 외치며 소비를 권하는 세상에서 월급의 반을 모으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게 해도 16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집값이 오를 때는 이자 부담이 있어도, 어차피 집값이 팍팍 올라주면 이자를 내고서도 그 이자보다 더 큰 수익이 생기니 괜찮은 재테크 수단이었다. 거기다 실제로 집값이 올라가면, 나중엔 대출 제한도 있고, 빚 내서도 살 수 없을 것이고, 집 산 사람 대비 자신만 거지가 된 것 같아 쫓기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되겠지.

잘 되겠지.

다들 사는데.


라고 무리하게 대출 뿐만 아니라, 퇴직금 중도 정산, 가족, 친지, 친구, 동료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다 끌어모아 반 이상 대출로 집을 산다. 그게 영끌이었다. 정말 영혼까지 끌어 모을 정도로, 다 끌어 모았다. 그렇다면 작은 충격에도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부자들은 여윳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싼 이자나 감당 가능한 이자가 유지되고, 집값이 올라가면 ‘레버리지 투자’라는 그럴싸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똑똑함의 대명사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자는 올라가서, 소득은 그대로라 원리금 상환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집값이 떨어지면 골로 간다. ‘패닉 바잉’이 진짜 패닉 상태로 가는 경로다.


그런데, 돈 욕심에 눈이 멀어 ‘갭 투자‘를 해서, 이렇게 여러 집을 갖고 있게 되면 어떨까? 예를 들어, 5억짜리 집을, 은행 대출 5천만 원에, 세입자 전세 4.5 억을 안고 계약을 해서 집값이 7억이 되면 땡큐다.


하지만, 반대로 집값이 4억으로 떨어지면, 현 세입자가 나가겠다며 보증금 4.5 억을 돌려 달라고 할 때, 새로운 세입자가 4.5억에 들어와 줘야 하는데 운 좋게 그렇게 들어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3.5 억에 겨우 들어오면 나머지 1억은 본인 돈이나 대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집을 팔아도 해결이 안되이 골치 아프다.


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현 세입자를 피하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게 된다.

기껏 받아서 계약 끝나서 연장 안 할 거니 보증금 돌려달라고 하면,


“받으실 보증금 4.5억에 맞춰서 새 세입자 데려오세요.”


라는 응당 집주인인 본인이 할 일을 세입자에게 미루고, 정작 계약 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를 지키진 않는다.


한술 더 떠서,


“이 집 제가 원래 5억에 샀으니, 돈 좀 더 보태서 5억에 가져가세요.”


라고 하게 된다.

이미 시세가 4억인 집을 누가 미쳤다고 1억 더 비싸게 사겠나.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6억에 사라고 하는, 욕심에 눈이 멀고, 세상을 모르는 인간까지 있는 지경이다. 당연히 거래는 되지 않고, 현 세입자만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끙끙 앓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본인이 살 때 취득세도 있고 하니 더 받고 싶은 웃기는 심보다.


세입자가 허그 보증보험이라도 잘 들어 놓았으면 다행이겠지만, 요즘이야 전세 사기가 많이 알려져서 이 보증보험을 들었지, 전엔 잘 알려지지도 않아서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몇십만 원 이상하는 수수료도,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들어오는, 돈 없는 청춘들에겐 크게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심지어, 보증보험을 들어도 문제인 경우가 있었고, 보증보험 기관에서 일단 보증을 주고 구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구상을 받지 못하는, 속된 말로, 빵꾸난 돈은 결국 세금으로 메꾸게 된다. 눈 먼 돈을 해먹는 건 높으신 분들만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갭투자에 미친 집주인이 자기 돈은 별로 없으면서, 이런 식으로 세입자들을 받아 몇 채, 수십 채 혹은 그 이상을 갖고 있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도미노 연쇄효과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서, 눈덩이처럼 커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해외로 도피하기도 한다.


건축주 C는 처음부터 전세를 줄 생각은 없었다.


빚도 끌어다 썼으니, 빨리 지어 놓은 집들을 팔아서 이문을 남기고 그 빚도 정리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안 팔릴지 몰랐다.


분명 먼저, 지은 다른 업자는 자신과 별 다르지 않게, 은행 돈 끌어다가, 비슷하게 지어서 마진 많이 붙여서 팔고 저렇게 룰루랄라 여행 다니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젠장, 뭐가 문제야.‘


한 때 잘 나간 사업이, 새로운 사업자도 꼭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그렇게 되겠지만, 수요가 포화되는데, 공급만 늘어난다면 당연히 뒤에 들어온 사람은 수익이 적어지면서, 잘못하면 망하게까지 된다.


그래서, 수요 분석을 정확하게 하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는데, 그런 게 큰 회사들도 쉽지 않은데, 영세 개인 사업자가 잘 하기는 더 어렵다. 드물게 이런 걸 잘 하는 전문 컨설팅 업체를 찾기도 하는데, 진짜 잘 하는 친구들은 제 값 받으려고 하다 보니 너무 비싸다. 잘 못하면서 말만 번드르르한 사기꾼도 즐비하다. 그러니 생각만 하고 어떻게 되겠지 하고 넘어간다.


가격을 낮추자니, 이문이 적어져서 싫고,

나중엔 낮춘다고 낮춰도 매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빚 부담은 점점 더 건축주를 짓누른다. 이자가 올라가면 부담은 더 가중되며, 만기가 다가올 때 은행 등에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건축주도 패닉 상태가 된다.


그때 부동산 중개사 A가 지나갔다.




A : 사장님, 물건을 내놓아도 연락이 없네요.


C : 그러게. 나한테 직접 연락 오는 사람도,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도 없고 미치겠네, 이거. 대출도 빨리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말이야.


A : 일단, 전세로라도 내놓아 보는 건 어떠세요?


C : 그래 가지고 해결이 안돼.


A : 아니, 투룸 그거 3억에 매매 하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C : 그래, 그러니까 2.5억에 내놓아 봤자, 막아야 할 돈에 비해서 택도 없다고.


A: 아니오. 전세 3억에 내놓자는 거예요.


C : 잉? 전세가 원래 집값에 40-60 프로, 진짜 많아 봐야 80 프로 아니야?


A : 아니, 그거야 보통 그렇게들 하는 거고, 나라에서 법으로 그렇게 하라고 정해 놓은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임차인이 3억짜리 집에 3억에 전세 들어오겠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요. 더 받아서 3.2 억에 들아온다고 해도 문제가 없어요.


C : 잉? 그게 문제가 안돼? 잘 모르겠는데.


A : 사장님, 어차피 이거 신축이라 거래 기록도 전혀 없잖아요. 그러니까 매매가도 사실은 없는 거예요. 시세라는 것도 근처에 비슷한 평수를 놓고 보는 거지, 가격이야 팔고 싶은 사람이 일단 정하면 되는 거예요. 비싸서 사줄 사람이 없어서 문제인거지.


C : 이상한데. 그랬다가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해.


A : 아이고, 사장님도 참. 문제 안 생긴다니까요. 전세를 공시지가 70 프로 이상으로는 줄 수 없다.

이런 법은 없어요. 왜 없는지 아세요? 높은 놈들, 있는 놈들, 자리 차지하고 있는 놈들이 다 집 여러 채 갖고 있으면서 전세 놓고 월세 받고 있는데, 지들이 미쳤다고 그런 법을 만들겠어요? 그 자리 차지해서 해먹을 궁리하는 놈들이 태반인데, 지 이익을 해치고 골치 아프게 하는 법을 만들겠냐고요.


C : 그래, 법적으로는 그렇다 치고, 세입자가 집값으로 전세를, 아니 집값 보다 비싸게 해서 전세를 들어오겠냐는 거야. 내 말은.


A : 그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전세 3억으로 내시고, 원래 이 집 3.5억이라고 뻥 까는 거예요. 지들이 어떻게 알아요. 신축이라 이전 거래가 없는데. 감정평가 받아서 확인할 순 있는데, 애들이 그런 거 알고 하겠어요. 더군다나, 감평사 돈도 줘야 하는데. 한 푼이 아쉬운 애들인데 그 돈이 아까워서 쓰겠냐구요.


그리고 살살 꼬드기면서 안심 시키면 돼요. 문제 없다고. 근저당도 없고, 있어도 정리할 거라고. 아니, 집값 대비 전세금이 낮아서 이 정도 근저당은 문제 없다고 둘러대면 믿는 애들도 많아요.


C : 그게 그렇게 될까? 되면 나야 상관 없긴 한데.


A : 된다니까요. 아이 참. 빚 내서 땅 사고 건물까지 지으신 우리 사장님이 왜 이러실까. 돈 없는 애들이 아파트엔 못 들어가고, 빌라로 오면서도 이걸 못 사요. 돈이 없어서도 못 사는데, 빚 내서라도 못 사는 게 떨어질까 봐 겁내는 거라구요. 자연히 빌라에서 전세로 몇 년 살다가 돈 모아서 작은 아파트라도 사려는 애들 수두룩 뻑쩍하니까 그런 애들 잡으면 돼요.


C : 뭘로 잡아?


A : 애들 돈 없어서 전세 대출 받잖아요. 계약하면 그거 이자 지원해 준다고 돈 100만 원 준다고 하면 혹할껄요. 침대에, 냉장고에, 세탁기까지 풀 옵션으로 몸만 들어오면 되고, 들어오는데 돈까지 준다는데 마다할 인간이 있겠어요? 어차피 전세금 고스란히 나갈 때 갖고 나가는 건데 말이예요. 그리고 중개사인 제가 보증한다, 각서 써주겠다 하면 다들 넘어갈 거예요. 그거 어차피 그냥 종이 쪼가리인데도 말이예요.


C : 그래, 그렇게 세입자들 잡았다 치자. 급한 불은 껐어. 근데, 그 애들 나갈 때 어떻게 해?

그 돈만큼 세입자 못 잡으면? 그러다가 그때 문제 생기면? 니가 책임 질꺼야?


A : 다 방법이 있어요. 제가 그런 거 하나 궁리 안 하고 사장님한테 이런 말씀 드렸을까.


C :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게 뭔데?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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