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 찾기

by 엄살

요즘 도서관에 갈 때마다 커다란 백팩을 메고 간다. 책의 무게가 자전거 바구니로 감당이 안되어 버스를 탔다. 백팩을 가득 채우다 못해 보조가방까지 들게 만드는 장본인은 '그림책'이다. 올해 들어 막내와 매일밤 그림책 읽기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만에 그림책을 선택하려니 종류는 많고, 작가도 한국작가부터 외국작가, 오래된 책부터 신간까지 다양해서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 고민을 해결해 준 책들이 최정은 작가의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사춘기 엄마의 그림책 수업>, 박미숙 작가의 <그림책은 힘이 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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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의 공통점은 추천 그림책이 많다는 것. 막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막내가 잠들면 그 책에 대한 작가만의 주석(?)을 따로 읽으면서 나만의 힐링타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읽다가 막내가 어떤 작가에 특히 관심을 보이면 그 작가의 책만 골라 읽으며 당분간 책 목록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것.


막내가 격한 반응을 보인 작가는 그 유명한 <구름빵>의 백희나작가이다. 어느 도서관이든 백희나작가의 책은 최소 6-7권 있고, 다른 도서관에도 또 다른 책들이 있어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난 <알사탕>과 <나는 개다>의 현실감이 특히 좋았는데 이번에 단편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고 기대된다.


그림책을 찾으며 알게 된 건데, 어린이보다 더 어린 유아가 보는 책은 '아기책'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다. 어떤 도서관은 아기책 코너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에 있었는데 하필 그날따라 벗기 어려운 발목 위로 올라오는 신발을 신은 터라 신발 벗는 걸 포기하고 무릎으로 걸어가 책을 꺼냈다. 무릎은 아프고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봐서 매우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는 도서관에 갈 때 신고 벗기 편한 신발을 신는다.


그림책의 앞 번호는 국내작가이고 뒷 번호로 갈수록 국내에서 가까운 나라(일본, 중국 등)에서 미국을 거쳐 유럽으로 간다. 작가의 이름은 한글로 발음 나는 대로 ㄱ ~ ㅎ의 순서이다. 이게 익숙해지고 나서는 그날 대출할 그림책의 목록을 한꺼번에 주욱 뽑은 뒤 국내작가 ㄱ~ㅎ, 국외작가 ㄱ~ㅎ 대로 목록을 정리해 책을 찾는다. 간혹 J가 붙은 건 청소년 메뉴로 간다. 바람이 있다면 아직 한국어에 국한된 그림책의 범위가 영어로도 넓혀져 JW 쪽에서도 서성거리게 되길...





오랜만에 물푸레 도서관에 갔다. 모처럼 금요일 오전 스케줄이 없어 들뜬 마음이었다. 이곳은 커다란 다락방에 간 듯한 포근한 느낌의 도서관이라 겨울에 가면 특히 좋지만, 초여름 오전 시간은 넓은 다락방의 싱그러운 여유가 감도는 다른 매력이 있다. 요즘 내 정서를 책임지는(?) 김신지 작가와, 새로 입덕(?)한 정아은 작가의 책을 사이좋게 두 권씩 고르고 자리를 잡았다. 잠깐 읽어보고 대출 여부를 선택할 요량이었지만, 이미 내 손은 주섬주섬 네 권을 모두 챙겨서는 대출기로 향하고 있었다. 나에게 주는 책 간식(?)이라며 침을 꼴깍 삼켰다.


다음은 막내의 그림책을 가지러 갈 차례였다. 그림책의 목록을 쭉 인쇄해서 그림책 서가로 향했다. 서가가 약간 긴 원형이고 책장에 화살표가 유독 많이 보였다. 서가가 쭈욱 길게 이어지다 보니 그림책 위치가 위에서 아래, 다시 위에서 아래였다. 책을 찾느라 몇 번 다리를 굽혔다 펴고 하니까 아예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찾게 되었다. 목록 중간에 하나 있던 아기책은 위치를 몰라 도서관의 위층까지 한 바퀴 돌고 와서야 발견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그림책들로 백팩은 다시 무거워졌다. 이로서 다음 한 주간의 막내 책간식(?)도 준비완료.


집에 와서 보니 둘째와 남편도 반납할 책이 있어 다음날 시댁 가는 길에 근처 해솔 도서관에 들렀다. 식구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나 혼자 들어갔는데, 넓고 반짝반짝한 신간 코너에 넋을 잃을 뻔하다가 빨리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어머님 아파트는 도서관이 바로 옆이라 정말 매리트가 있어. 그렇지?"

남편을 보고는 바로 튀어나오는 바람의 말. 원하는 걸 자꾸 말하다 보면 그 말이 씨가 되어 이루어진다는 김신지작가의 말이 떠올라 자꾸만 원하는 걸 이야기한다. 도서관 옆에서 살고 싶다는 것도 그중 하나. 지금보다 더 자주 더 오래 도서관에 머물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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