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몰랐던

날씨: 맑음

by 윤성

같은 글을 읽으며

예전에는 몰랐던 감정이 솟아 오르는 경험,

짜릿하다.

누군가 어린 왕자가 그렇다고 했다.

10대에 읽는 느낌과 20대, 30대, 그리고 60대, 70대 노년이 되어 그 소설을 읽으면 감회가 새로울 거라고.


과연 그렇긴 했지만

사실 나의 경우에는 그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너무나 외로웠던 10대 때 어린 왕자를 읽고 느꼈던 감동이 비교적 덜 외로워진 40대에 받는 감동보다 결코 작진 않았다.


그런 걸 느끼고 싶었다.

긴 세월에 걸쳐 많은 이들이 칭송하지만 내겐 별로 감흠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시 접했을 때,

유레카.

이거였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열광했구나.

나는 이제야 이걸 알았구나. 명불허전 이 글을 그 시절에 쓰다니, 이렇게 표현해내다니 천재구나.

그런 느낌,

그런 깨달음에 목말랐다.


그러다 어제 문득,

시 한편을 읽고 오랜 갈증이 해소되었다.


바로 윤동주의 서시.

어릴 땐 몰랐다. 그가 말하는 부끄럼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부끄러울 게 뭐 있어, 싶었다.

그렇게 수치심을 모르는,

철 없고 덜 자란 사람이었다.


이제 조금은 알겠다.

그 조금이 꽉찬 자부심으로 가슴을 채운다.

내가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은 충만한 행복감으로 이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던 발걸음에 안정감을 준다.


이제 나보다 늙어서도 나보다 돈이 많아도

부끄럼 을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증오보다는 연민이 든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누군가의 고뇌,

그렇게 탄생한 주옥같은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깨닫고 즐기고 다시 삶의 지표를 정비해보는 이런 여유라니...... 이런 사치라면 얼마든지 하겠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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