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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믿어온 날들

by 리좀

당신의 사랑 한 줌 얻기 위해서

고통이 고통인 줄 몰랐습니다

당신의 미소 한 번 보고 싶어서

마음을 길바닥에 버렸습니다

당신을 오래도록 곁에 두려고

때마다 아픈 웃음 지었습니다

당신이 행여 나를 버릴지라도

나에겐 당신밖에 없었습니다

오로지 당신뿐인 나를 잘 아는

당신이 미운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받은 것들이

상처 아닌 사랑이라 믿었습니다

당신의 얼굴에 비친 슬픔과

가끔씩 새어 나는 노여움까지

나와는 상관없길 바랐습니다

나 때문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창가에 스민 달빛 힐끔거리며

울음소리 안으로 삼킨 밤들을

까맣게 또 하얗게 잊고 싶어서

구름 같은 사랑을 키웠습니다

온기 어린 추억 모두 그러모아서

발 디딜 사랑을 쌓았습니다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사랑이 있어서 살았습니다

굳은살 차오른 사랑 덕분에

떼어줄 사랑도 생겼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떠나간데도

단단한 내 사랑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살겠습니다

당신이 없어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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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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