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곱글자부부 Jul 18. 2018

아내가 쓰는 신혼집 공사일지 (3)

건축을 하는 남자와 디자인을 하는 여자의 신혼 첫 보금자리 꾸미기


아.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돌덩이가 가득한 범죄현장 같은 우리집이 드디어 목공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사실 목공사 비용을 송금하며 충격을 받았었던게 사실이다. 도비가 대략 인테리어 공사로 예산을 잡아놓긴 했지만 각 공사별로 얼마가 들어가는건진 정확하게 몰랐었고 그때 그때 입금해달란 금액을 총무인 내가 입금하는 방식으로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목공사의 금액은 전체 예산의 정확히 절반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집의 모든 부분을 다 건드려야 되는거라 원래 목공사가 제일 비싼거다.

보통 저렴하게 공사하는 집들은 우리처럼 모든걸 뜯어내지 않고 베이스는 그대로 두고 하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대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

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선 이 정도로 큰 돈이 들어간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렇게 인테리어에서 가장 비싼 목공사비를 송금하고 우리는 평일 저녁에 도면을 붙이러 신혼집으로 향했다.


목공사, 전기공사를 위해 도비가 그려온 도면


목공사가 평일부터 주말까지 이어서 진행될거라고 해서 시작 시점엔 우리가 현장에 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인지라 도면으로 요청 사항을 알려드려야 했다. 이 부분도 사실 처음엔 굉장히 꺼림칙했다. 가장 중요한 공사라고 하면서 이렇게 도면 몇개 띡 보여드리면 제대로 공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내가 불안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도비는 내일 전화 한통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며, 목수분께서 이 도면을 읽고 그에 맞게 작업을 해주신다는거였다.


목공사를 위한 준비물(?)
창호 및 벽 작업이 완료된 안방
현장감독중인 도비


그리고 목공사가 이틀차였던 주말 오전에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주말에도 고생하시는 목수분들께 소소한 간식을 전달드리고, 도비는 현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재료 등으로 모든 공간들이 가득가득 차있어서 제대로 들여다 볼 순 없었지만 확실히 목공사를 시작하니 집이 조금 더 좁아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전의 지저분함은 사라지고 점점 깨끗한 모습이 갖춰지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페인트칠한 뒤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페인트 작업은 목공사가 끝나고 거의 바로 진행되었다. 사실 집의 구색을 갖추는 다른 공사들은 모두 목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작업들은 지체 없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일정을 맞춰두었다. (각각의 일정 맞추느라 건축주가 고생을 많이 했다.. 고마워!)


목공사와 페인트작업이 끝나고 퇴근 후 신혼집을 방문했다. 그냥 깔끔하게 마감된 벽에 흰색 페인트칠만 했을 뿐인데 들어서자마자 연신 '너무 예쁘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이전에 신혼집에 방문할때는 뭔가 어색하고 남의 집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강했는데 이렇게 기초공사가 거의 6-70% 마무리된 집을 보니 그제서야 우리의 홈스윗홈이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현관
집을 들어선 순간! 이제는 벽돌집 아니고 화이트!
페인트칠만 했는데 안방이 벌써부터 이렇게 예쁘다니
미리 사두었던 문고리도 달아주셨다. (예뻐)
전기 공사 후 조명 없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전구


이젠 창호까지 달려서 비교적 춥지 않았지만 아직 내가 기대하고 기대했던 타일이 공사 전이었기에 이 날도 바닥에 털푸덕 앉을 순 없었다. (돗자리 깔고 또 배달음식 먹음)


돗자리 등판! 캠핑느낌이라고 주문을 걸어보자.


그리고 며칠 뒤, 타일이 오던 날 아침. 나는 볼일이 있어 도비 혼자서 타일을 받았다. 한장만 들어도 허리가 펴지지 않는 타일들을 인부 아저씨와 같이 열심히 집으로 나르고 나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우리는 사실 거실 바닥을 타일로 할지 마루로 할지 꽤나 고민을 많이 했다. 타일이 예쁘지만 가격대가 있는 편이기도 했고, 여태까지 우리 둘다 거실 바닥이 타일인 곳에서 생활하지 않았었다는 점과 너무 딱딱할 것 같기도 하고 잘 깨질 것 같은 그런 막연한 걱정때문에 타일을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실물을 보고 비교해보니 타일이 너무 예쁘기도 했고 마루로 하게 되면 우리집의 정체성이 그냥 뻔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가격대가 높은 유럽산 대신, 가성비가 좋다고 하는 중국산 타일 (중국은 돌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타일의 퀄리티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느낌이 아니라고 했다.) 을 선택하여 현관부터 거실, 안방까지 쭉 이어지게 시공하기로 하였다.


거실 타일 시공 후
실물과 비슷하게 나온 컬러감
화장실 모자이크 타일 (무광) 시공 후


확실히 타일은 타일 자체로도 비쌌고 시공비도 비싼 편이었다. 그래도 타일로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잠깐 타일에 대한 찬양(?)을 하고 넘어가자면, 기능적으로 가장 큰 장점이 요즘같은 여름에도 습함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마루바닥에서 살면서 여름엔 어쩔 수 없이 마루바닥도 눅눅해지기 마련이었는데 여름을 지내고 있는 요즘, 타일 바닥에서의 습함은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여름에는 타일 바닥이 거의 쿨매트 수준의 냉기를 줘서 바닥에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 더위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겨울엔 너무 차갑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차가울땐 마루바닥과 비슷한 온도이고 난방을 하게되면 오히려 마루보다 더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하는 것 같다.

게다가 미적으로 예쁨은 덤. 조금 더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타일을 도전해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 정도만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던 공사가 어느새 타일공사까지 마무리가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데코적인 부분의 자잘한 공사들만 남겨놓게 되었다.


한참 다른 결혼준비로도 바빴던 우리 존재. 큰 공사 해내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