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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Jul 19. 2018

남편이 쓰는 신혼집 공사일지 (3)

건축을 하는 남자와 디자인을 하는 여자의 신혼 첫 보금자리 꾸미기


아내가 충격 받은 목공사 비용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이렇다.

일단, 인력은 물론이고 자재 발주까지 통으로 목공 반장에게 외주를 준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보통의 현장이라면 현장에 내가 상주하면서 필요한 자재를 타이트하게 체크하면서 그때그때 발주를 넣으며 자재비를 아끼고 필요한 인력도 그때그때 판단하여 딱 필요한 인력만큼의 품만 들었겠지만, 회사를 다니며 진행을 해야 했기에 평소 같이 일해왔고 실력과 믿음이 있던 목수님께 모두 일임하게 되었다.

물론 그 목수반장님이 폭리를 취했다거나 그런건 절대로 아니다. 반장님은 내가 생각할때 적당한 가격에 정품과 정량의 시공을 해주셨다. 다만 내가 직접 현장을 컨트롤 했다면 좀 더 쥐어짜면서 아끼는게 가능했을거라는 이야기다.


시간이 없어서 주말감리처럼 주말에만 현장을 나왔다.


그리고 내가 요구한 디테일의 퀄리티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아래의 두 사진과 보통 주택을 비교했을때,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바로 문선 (문틀) 과 걸레받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위해 문틀과 걸레받이를 과감히 없애 버렸다. 이게 왜 가격 상승 요인이냐, 오히려 요소가 없어진거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질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시공의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품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걸레받이를 예로 들면, 벽체를 구성하는 석고 보드 (혹은 합판) 가 바닥과 만나는 지점에서 걸레받이를 붙일 예정이라면, 바닥과 딱 붙일 필요 없이 어느정도 이격과 오차가 생겨도 걸레받이로 그 이격을 덮을 것이므로 크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걸레받이 없이 벽체 마감이 바닥과 딱 붙어야 한다면, 시공자는 모든 벽체 자재를 구성할때마다 mm단위의 측정과 제단이 필요하며 설치 후 오차가 발생하였을 때도 mm단위의 오차로 인해 재시공을 해야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어려운 문선 없이 문틀 이어가기
걸레받이가 없다는건 시공 뿐만 아니라 추후 라이프 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친다.


목공이 끝난 후 이어진 것은 도장 (페인트) 공사였다. 바닥마감 (마루, 타일, 석재 등) 전에 도장공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페인트가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바닥을 보양하고 칠을 할수도 있긴 하지만 도장공사에 소요되는 시간중 70% 이상이 빠데와 보양 등 칠작업의 밑작업을 하는데 쓰이는걸 생각한다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물론 특수한 경우에는 특수한 결단이 필요하긴 하다.)

칠작업을 디테일하게 줄빠데와 올빠데부터 뿜칠과 붓칠과 롤러칠의 차이까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추후에 아내의 허락을 받고 '도비의 친절한 건축교실' 같은 타이틀을 걸고 언젠간 진행하려 하니 그때를 기다려 주기를 바라며 간단히 페인트의 브랜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한다.


얼마전 DIY열풍을 타고 훅 주가가 상승한 두 수입 페인트 브랜드가 있다. 그 이름 찬란한 벤자민무어와 던에드워드. 그 페인트들에 대한 품질을 격하하거나 의심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고유한 색감과 품질은 어느 시공자에게 물어도 엄지를 치켜세울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만 가진 특별한 색감을 원하는 것이 아니거나, 의약품 제조실 수준의 실내 청정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 국내 (삼화, 제비, 노루 등) 페인트 브랜드도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인테리어용 페인트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무조건적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고, 그 색감과 광택의 바리에이션 또한 절대 외국산 브랜드에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 중 극심한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기에, 국산브랜드 제품을 사용하였고, 결과는 아내의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도배와 도장의 가장 큰 차이는 햇빛이 어떻게 떨어지는가 라고 생각한다.


도장공사가 끝난 후에는 타일공사가 들어오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최근 DIY열풍 덕분인지 최근 타일공의 품삯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품삯도 올랐을 뿐더러 사람구하기도 너무 어려워져서 우스갯 소리로는 타일이 들어있는 박스만 뜯을 줄 알아도 기능공으로 모셔가려고 한단다.

타일 자재에 대해서는 아내의 글에서 잘 정리를 하였기에 (그런건 내가 쓰기로 하지 않았나!) 타일 시공시의 주의 점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일단 첫째는, 타일을 붙이려는 바탕면이 요철없이 수평을 이루어야한다. 타일은 페인트 칠과는 달라서 시공하려는 면이 어느 한곳만 불쑥 튀어나와 있으면 그 위에 붙이는 타일은 계단처럼 주변의 다른 타일과 다르게 불쑥 튀어나오게 된다. 그럴때는 처음부터 바탕면 시공 (미장 혹은 목공) 을 깔끔하게 하거나 바탕면에 싸구려 타일을 한번 깔아서 면을 잡고 그 위에 원하는 타일을 붙이는 등의 방법들이 있다.


특히 모자이크 타일은 바탕면이 극도로 평탄해야 한다.


둘째는 바닥 마감으로 타일을 쓸때 주의 해야 할 점이다. 붙임에 쓰이는 자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쉽게 말하면 본드 (흔히 쓰이는 돼지표 본드 같은게 절대 아니다. 타일에서는 완전 다른 개념으로 쓰인다.) 를 쓰이는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 거실 바닥에 타일을 붙이는데 본드를 벽에 쓰이는걸 쓴다면 겨울에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왜냐하면 난방용 본드라는 것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벽체용, 바닥용, 난방용 등 모든 목적에 맞는 붙임 자재는 다 다르게 존재한다.


대표적인 난방용 타일 본드 중 하나


마지막 셋째로 타일의 시작점을 잘 잡아야 한다. 타일과 마루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매지 (테두리) 가 눈에 매우 잘 띈다는 점이다. 이 라인을 잘못 잡는 다면 거실이 비대칭이 된다거나, 벽 타일과 바닥 타일의 매지선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매우 신경쓰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스타팅 포인트는 하나의 이어진 면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하나를 중심으로 잡아야 한다. 타일 크기는 규격화 되어 생산되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거실을 대칭으로 만들어줄 영롱한 매지선


목공부터 도장과 타일까지 이르는 마감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직접 인테리어를 하려는 모든 분께 딱 하나, 절대 서두르거나 덤벙대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공일, 흔히 노가다라고 낮춰 부르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자재를 나르는 일에도 자재 하나하나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고, 각 자재마다 드는 방법이 다 따로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는법이 모두 다르다. 물론 배운다면 못할 일은 이 세상에 없긴 하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시공일이라는건 항상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위험성은 몇 배 이상 증가한다. 자금이 가능하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최상책이며, 비용적 한계로 직접 시공해야 한다면, 절대 서두르지 말고 안전에 신경쓰면서 시공밥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도전하길 바란다.

절대로 내가 타일 옮기다가 평지에서 발 헛디뎌서 넘어져 무릎이랑 손바닥이랑 다 까지고 피 철철 나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라고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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