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곳이 훨씬 따뜻했는지도 몰라.
남편과 통화하다가 육지의 교직 분위기에 대해 오랜만에 들었다.
앞에서는 존중하지만, 뒤에서는 말이 많다는 그 세상. (뭐, 사실 직장이라면 당연하거지만.)
막상 다시 돌아가려니, 솔직히 겁이 났다.
아 맞다.
나, 그렇게 살았었지
남 눈치를 보며, 말 한마디에도 움츠러들던 시절.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었지.
복잡하고 슬픈 감정들이 불쑥 떠오르자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졌다.
섬에서의 마지막 여름이 지나간다.
18개월에 섬에 들어와 기저귀도 떼지 못했던 나의 아이는 이제 유치원생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과 학교 교직원들이 함께 키워준 아이다.
정신 없이 일하고 지쳤다가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곳은 참 따뜻하구나."
일곱 명.
올해 내 반의 아이들은 단 일곱 명이다.
이 작은 숫자 안에, 참 많은 사랑이 들었다.
아이들은 매일 하교할 때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인사해주고, 나를 잘 따른다.
학부모님들은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믿어준다.
마을 행사에서 마주치는 작년의 학부모님들조차 밝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준다.
어느 곳을 가든 나의 아이에게는 대부분 친절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며 감동받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 없이 나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쉽지 않다.
나의 터전이 그립다.
매일매일 에너지가 소진되는 기분이다.
이젠 좀 쉬고 싶다.
그래서 가끔은 기대에 부풀었다가,
어느 날은 불안과 걱정이 목끝까지 차오른다.
육지에 간다고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조심해, 육지는 다르대."
"앞에서는 말 안 해도, 뒤에선 다 알아."
그 말들이 자꾸 떠오른다.
나는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아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상처를 잘 받는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오래 아파하고,
혼자 오래 앓는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다시, 눈치 보며 살아야 할까 봐.
다시, 내 말투와 표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야 할까 봐.
그래도 결국,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내가 누군가의 시선을 두려워하면서까지
내 삶의 온도를 낮추고 싶진 않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
나는 묵묵히, 하지만 분명하게
내 일을 잘 해내고,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사실 이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 이곳이
사실은 더 따뜻했다는걸
나는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떠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더 꼭꼭 안아두려 한다.
이 시간들,
이 풍경들,
이때의 나의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