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물상

새우타령

by 최연수

가을 빛에 노랗게 물든 고목 나무 옆

빛 바랜 고물상 간판에 비낀 석양 빛이 비친다.

움푹 파인 주름살 위로 돋보기 안경 낀 할아버지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쓸모 없어 버린 낡은 고물들을

누가 살까마는

온종일 가게를 지키는 할아버지 곁에

녹슨 금고가 놓여있다.


구부정한 할머니가 허리를 펴고

뭘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값을 흥정한 것 같은데

거저 가져가라 하신다.


검정 강아지를 안고 온 계집아이가

폐품을 들고 와

값을 얼마 쳐주겠느냐고 한다.

여긴 가게가 아니라 박물관이라고 하신다.




어느 시골이다. 가을이 깊어 노랗게 물든 고목 옆에 허름한 가게가 있다.

삐뚤빼뚤 씌어진 글씨가 그나마 빛이 바랬는데, ‘고물상’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쓰레기 集荷場(집하장) 같은 가게 안에,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우두커니 앉아있다. 깊이 파인 주름살 위로, 돋보기 안경이 흘러내려 콧등에 걸려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걸로 미루어 몹시 심심한가보다. 이따금 이름 모른 산새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불러주지만 귀가 어두워 듣지 못한 것 같다.


이윽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귀한 손님이다. 한참 여기저기 둘레둘레 살피더니 허리를 펴며 뭘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오랜만에 손님을 맞은 할아버지 얼굴이 환해지면서, 두 분 사이에 오가는 말이 꽤 다정하다.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한 걸로 보아, 의견이 다른가보다, 할머니가 꼬깃꼬깃 지폐를 내밀었지만 할아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값을 흥정하는 것 같다.한참 실랑이 하다가 할머니가 고개를 깊게 숙이더니 가게를 물러 나온다. 손에 뭔가 들려있는데 무거운 듯하다.

할아버지가 가게를 나와 할머니의 물건을 빼앗다시피 들고 앞장선다. 할머니는 빈 가게가 걱정된다고 하지만 들은 채 만 채 한참 배웅을 한다. 할머니의 긴 그림자가 발치까지 드리워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있다. 할머니 또한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누가 봐도 금슬 좋은 노부부 같은 모습이다.

가게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수제금고 뚜껑을 열어본다. 녹슨 낡은 금고 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이윽고 한 어린이가 온다. 품에 강아지를 안고 손에는 뭔가 들려있다. 용도 폐기물을 가져 왔는데, 값을 얼마 쳐주겠느냐고 흥정을 한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지 않겠다고 한다. 아이는 코웃음을 치면서 되돌아가는데, 할아버지는 싱긋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학교가 파한 중학생들이 가방을 매고 가게 앞을 지나간다. 할아버지의 입이 함박만큼 벌어진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공연히 흐뭇해진다.

“할아버지, 여긴 박물관이죠?”

“맞다! 언제라도 역사 공부하러 오렴,”

keyword
이전 07화고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