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문득 생각나서 연락한다는 건 분명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마음속에 담아둔 관심이 없다면 생각은커녕 연락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라고 말해 줄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안부를 물어보자.
엉뚱한 질문 하나.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자신에게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예스’라고 답한 사람은 자신감이 충만하거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온 좋은 사람,
‘예스 노’의 갈등 중인사람은 계속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은 좋은 사람,
‘노’라고 답한 사람은 양심적이고 절대 나쁜 사람이 될 수 없는 좋은 사람 같다.
관심 밖의 질문일 수도 있겠으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인생철학이 담긴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해진 정답이 없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고, 내 경험상 이 질문을 ‘깊이 있게 고민한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나 역시 아직 답변을 못 하고 있다. 어느 답을 고르더라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해 줄 뿐이다.
“인생은 소풍처럼 살라 하니 남쪽으로 꽃구경 가네.
백수는 정말 바쁘다네.
감자, 파, 완두콩 심었는데 동네 사람들 다 참견하네.
보기에 웃긴 거지!
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사일하고 컸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네.
백수는 참 한가롭네.”
- 인생 친구님의 <<전원 일기>> 중에서. -
친구가 되어줄 이웃들이 대기하고 있고, 참견해줄 이웃이 있다는 것은 기쁨이다.
우리 곁에는 참견해줄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가족이나 친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직장 동료들이다. 어쩌다 만나는 친구들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마주치는 사람들일 수 있다. 직장에서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여름날, 우리는 잠시 환상의 ‘농 벤져스 한 팀’을 꾸렸다.
학교 텃밭에 모인 교직원들! 교장, 교감, 행정실무사, 보건교사, 특수교사, 과학 전담교사, 영양교사 등 학교 건물 2층에서 매일 마주치는 동료들이다. 코로나 때문에 등교가 힘든 학생들 대신 비어있는 텃밭을 가꾸었다. 콩, 감자, 상추, 무, 방울토마토 등을 심었다. 여름내 풀을 뽑고, 물 주고 아침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들여다보면서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교육공동체 속 동료애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수확한 작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제공하여 상추쌈과 구수한 콩밥을 지어내고 탱글탱글 귀여운 알 감자를 오븐에 구웠다. 조금씩이지만 각층으로 올려 보내어 긴급 돌봄 학생과 교직원이 나누어 먹었다.
‘텃밭 가꾸기’는 학생들의 환경교육, 생태교육, 체험교육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평소 각자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교육 활동을 하거나 도움을 주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텃밭 가꾸기는 학교라는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것 같지만, 작은 협동심으로도 직장 동료들과 좋은 관계 형성을 경험했던 일부분을 이야기한 것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기간 만기를 채우면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는다. 나는 33년의 기간에 8번째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8번의 이동으로 많은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그리고 한 곳에서도 해 년마다 인사이동으로 바뀌는 직장 동료까지 따져보면 헤아릴 수조차 없다. 지금의 학교는 두 번을 근무하게 되어 총 12년을 근무하게 된 셈이고 내 재직기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추억이 많은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어느 때보다 직장생활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해 준 훌륭한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매년 졸업앨범 촬영을 할 때마다 전체 교직원 기념 촬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찍었던 교직원 사진을 살펴보니 두툼한 여러 장의 사진들 속에 기억이 안 나는 직장 동료도 있었다. 학교를 옮기거나 다른 장소에서 또다시 만날 수도 있다. 새로운 학교에서 결혼식장에서 장례식장 등에서 간혹 만나게 되면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란해질 경우도 생길 것이고, 그 동료도 마찬가지로 내가 기억에 없을 수도 있다. 서로 나쁜 기억은 없더라도 좋은 동료가 될 기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