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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Aug 25. 2022

묵매 (허련)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기 마련이다

묵매(墨梅) - 허련(출처 : 공유마당 CC BY)



교묘한 말은 덕을 어지럽히고,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기 마련이다. 

(위령공편 巧言亂德 小不忍則亂大謀 교언난덕 소불인즉난대모)


 덕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바른 인간적 성품을 말하며, 더불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은혜를 베푸는 행동이나 마음을 의미합니다. 덕의 원동력은 순수한 의지이고, 덕의 결과는 굳건한 실천으로 증명됩니다. 바른 실천을 위해서는 바른 의지가 필수 조건입니다. 공자는 바른 의지와 실천을 한 몸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경우에 따라서 바른 의지가 없는 바른 행동을 마주하게 됩니다. 행동이 의지에서 나오지 않고, 목적에 중점을 둘 때 그렇게 됩니다. 마음과 행동이 같지 않으면 올바름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공자는 말보다 실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바르지 못한 말이나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말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늘 함부로 말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며, 말을 번지르르 잘하는 사람도 경계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말로만 떠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말을 모두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뭅니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우리 속담에 “참을 인(忍) 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흔히 쓰는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인내심에 대한 다양한 격언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인내심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정착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화를 참지 못해 사고를 치거나,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때 조금만 참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더라도 일이 벌어진 다음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젊음의 에너지와 함께 폭발하는 화를 누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에 익숙해지며, 어느 정도 철이 들어가면 알게 됩니다. 가족에게도 사랑하는 연인에게도 인내심이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가정을 꾸리고 아기를 낳게 되면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하나의 생명이 온전히 자라는데 얼마큼의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한지 배웁니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작은 화도 잘 다스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너무 오랫동안 화를 참아서 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아도 참지 못해도 모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적절함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삶이란 그 적절함을 찾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참는 일을 건전하게 이겨 내기 위해서는 사회와 개인의 고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어떤 사안이든 억지로 참기보다는 의식을 전환하는 훈련으로 밝은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내심을 단순히 참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인내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위고,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는 주문을 머리와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야 합니다. 이 훈련에는 나만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다는 기본 인식이 필수입니다. 


 사회적 신분이나 직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서로 존중하는 소양이 갖춰진다면, 노력의 양만큼 정당하고 공평한 대가가 주어진다면, 취향이 다른 개성을 인정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인식이 높아진다면, 물질보다는 생명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믿음이 퍼진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더 긍정적인 인내심이 만연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행학습이 아니라 건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 환경이 필요합니다.  


 




 사군자는 보통 매난국죽(梅蘭菊竹)이라 부르는 네 가지 식물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을 말합니다. 동양에서는 예전부터 이 식물들을 군자의 태도와 닮았다고 여기거나 본받을 만한 존재로 평가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거나 늘 한결같은 식물들의 생태를 동경한 셈입니다. 이러한 동경은 다양한 형태의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그림은 중국의 송나라 때부터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섬세하거나 화려한 기교와 색 대신에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사군자는 검은색의 먹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농담과 질감을 유행시켰습니다. 보통 그림은 밑그림이나 윤곽선을 먼저 그리고 그 위에 채색을 합니다. 그러나 사군자는 예비 작업 없이 종이에 바로 먹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군자는 그림의 회화적 가치보다 정신의 표현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선비 정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인정받으며, 화가가 아닌 선비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나중에는 전문적인 화가들의 작품과 구별하기 위해서 선비들이 그린 그림은 문인화라고도 불렀습니다.  


 먹물로만 매화를 그린 경우에 ‘먹 묵(墨)’자와 ‘매화 매(梅)’자를 따서 ‘묵매(墨梅)’라고 불렀습니다. 매화는 봄을 이끄는 꽃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다른 나무보다 앞서서 꽃을 피웁니다. 그 어느 식물보다 참고 견디는 능력이 뛰어난 존재입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태어나 피는데 향기가 사람의 마음까지 녹여줍니다. 그래서 매화는 추위가 사라지지 않은 환경에서 꽃향기를 퍼뜨리기 때문에 어떤 처지에서도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허련의 〈묵매〉는 하늘을 향해 뻗는 매화의 줄기와 땅을 지지하는 바위가 인상적입니다. 경사가 심한 땅바닥은 매화가 자라는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바위가 지면의 경사를 이겨내고 묵직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나무는 마치 바위를 뚫고 나온 듯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며 천연덕스러운 생명력을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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