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u Ming Aug 04. 2024

심쿵이 납량특집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관람가능)

책 읽는 아들, 글 쓰는 아빠 #8

 

뜨거운 여름에는 납량특집이 제격이다!


어릴 적, 파트 놀이터에서 놀이를 하다가, 공이 지하실 굴러 떨어을 때, 같이 놀던 동네 형들은 나에게 공을 주어오라고 시켰다. 내가 지하실 입구에 들어서면, 동네 형들은 뒤에서 으스스 목소리흉내 내며, "귀신이다~ 귀신이다~"라고 합창했다.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지하실에서 형들의 합창이 들려오면, 괜히 지하실 구석 어디에서 무엇인가 꿈틀대는 것이 나에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렇게 어둠이나 귀신을 무서워했기에, 공포 영화나 귀신이 나오는 드라마는 피하려고 애썼다. 반 그렇게 귀신이 싫고 무섭면서도 '귀신 대백과'큼은 좋아했다. 이라는 매체가 주는 가슴 두근 거리는 한 긴장감과 터무니없는 귀신 대처법들은, 당시 국민학교 저학년인 나에게 적당한 공포에 대한 체험을 선물했고, 또한 귀신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줬다.


특히, '귀신 대백과'에 나오는, '거꾸리 귀신'과 그에 대한 대처법이 잊히지 않는다.  귀신 물구나무를 서있으며 주로 저녁에 돌아다니, 람을 마주치면 대뜸 기습 질문을 하는데, 이때 문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대로 대답해야 한다. 


만약 나에게, "남자냐?"라고 물으면, "여자다."라고 반대로 대답해야 하는 식이는데,

"국민학교 2학년이냐?"라고 혹시 물으면,

"아니다!"라고 부정해야 할지, 아니면 "중학생이다!"라고 짓을 꾸며서 말해야 할지 애매했다.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아직도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니,

귀신의 창작자인 작가는 답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보듯, 요즘 심쿵이 작은 손에는, 어린이 공포물들이 자주 들려 있고는 한다. 여름에는 공포물을 보는 것이, 라면에는 김치, 영화에는 팝콘처럼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아는 건지, '지옥 초등학교', '무서운 전래동화', 그리고 '신비 아파트 귀신백과'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다.


심쿵이는 '여름 방학' 동안, 어린이 귀신들과 꽤나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공포소설 작가, 심쿵이


초등학교 2학년인 심쿵이는 지금까지 꽤나 많은 자필 소설을 써왔다. 기회가 되면 차차 소개하고 싶은 글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오늘은 납량특집에 맞게 심쿵이의 소설 '공포의 엘리베이터'를 소개하고 싶다.



제목 : 공포의 엘리베이터


- 프롤로그 :

20XX년 XX월 XX일, 우리 가족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드디어 여행 간다! 이제 쉴 수 있어~"

그때는 나도 들떴지만, 우리는 몰랐다. 이것이 엄청난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 (1장) 이상한 호텔

우리 가족은 여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 정도 달렸다. 잠시 후, 'Blood'라는 이름의 호텔이 보였다.

엄마, 아빠는 오늘은 저기서 잘 것이라고 말했다.

"저~기~서~요?" 나와 누나와 형은 합창하듯 외쳤다.

"걱정 마렴" 엄마, 아빠는 태연하게 말했다.

'과연?' 나는 이런 생각이었는데, 형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리는 우리만의 눈 빛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차는 주차장에 들어갔고, '철컹'하고, 주차장 셔터가 닫히고 건물은 서서히 사라졌다.


- (2장) 괴물, 괴물, 괴물

우리는 차를 주차하고 현관문에 섰다.

"저기요...?" 하고 물었다.

"치직, 치직, 치직... 네" 하고 대답했다. "문 좀..."하고 말했다.

"네..."하고, 지잉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기묘한 털북숭이 거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으악!" 우리는 깜짝 놀라 넘어졌지만, 엄마, 아빠는 꿋꿋이 1층 버튼을 눌렀다.

1층에 도착하자 엄마 아빠의 뼈가 으스러지며 털북숭이 거미의 몸을 한 엄마 얼굴이 나타났다.

"내가 아직도 너의 엄마로 보이니? 보이니? 보이니?"


심쿵이와 AI로 그린 그림, 심쿵이는 그림 속 이미지가 소설과 맞다고 했다.

"기다려!"라고 형은 외치고 뛰어 나갔다.

거대한 털북숭이 거미가 뒤따라왔지만, 형은 거미의 등을 밟고 점프했다.

"꾸에에엑~~!" 어느새 완전해진 거미가 우리에게 덤벼 들었다.

"으악~~!" 지이잉,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끼에엑!" 거미가 문에 끼었고, 2층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나와 형이 거미의 흉측한 사체를 몸을 떠는 동안, 누나는 거침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나와 형도 엘리베이터에서 발을 떼려고 했다.

그 순간, 누나가 말했다. "오지 마."

"왜?"

"위험해."

누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물컹물컹한 검은색 액체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 액체에서 팔이 나오더니 누나의 영혼을 흡수했다. 누나는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영혼을 빼앗겨 버렸다. 검은 액체는 사라졌다. 나는 서둘러 뛰어가 누나를 살폈다. 하지만 이미 누나의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To be continuded)



심쿵이는 비장한 목소리로 소설을 읽어줬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살려 대사 연기하니, 소설 속의 분위기가 더욱 실감이 났다. 우리 부부는 심쿵이의 소설을 들으며, '아직 어린 심쿵이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었을까?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 또한 소설 속 사용된 풍부한 어휘들 어떻게 알게 됐을까?'라는 생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부부는 심쿵이의 소설 속에서 꽤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꼈다.

특히 거미 엄마가 질문하는 장면에서, 조용하게 진지해진 우리 부부를 보며 심쿵이는 뿌듯했다.

그리고 귀여운 보조개를 보이며 '씨익' 미소를 짓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아빠, 무섭지?"


심쿵이의 첫 번째, 공포소설 '공포의 엘리베이터'


사람들은 공포물을 왜 좋아할까?


국내외 많공포 영화들이 겨울 보다는 여름 방학을 앞둔 시점에 개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납량 특집으로 '전설의 고향'이나, 심은하 주연의 'M' 스릴러 드라마들 여름 개봉을 불문율로 삼고 있으며, 또 그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런 것을 보면, 무더운 여름과 공포물은,

'치킨에 맥주'나 '오징어 땅콩'처럼 잘 어울리는 한쌍인 것처럼 보인다.


공포물을 보고 있으면 혹시 못된 감독이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특히 더운 여름날, 에어컨이 빵빵한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보고 나오면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찾아서 볼까? 이에 대해, 한 심리연구소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심리를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조연주 /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는 성향이 있는데요. 공포라는 감정은 분명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서 즐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짜릿한 느낌을 찾는 자극 추구 성향을 지닌 분들인데요. 단조로운 일상이 계속될 때 뭔가 색다른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나는 심리 연구소 대표도 아니고, MBTI 검사에서도 T 가 만점 수준으로, 공감을 책으로 배우는 사람기에 다른 사람의 마음속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심쿵이' 전문가로서, 아들이 최근에 공포물을 왜 좋아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


심쿵이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태평한 하루' 아빠의 답이다.


심쿵이는 초등학교 2학년의 여름 방학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때로는 아내가 정해준 시간에 공부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책을 읽거나 장난감 놀이를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최근에는 초등학생 공포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공포물들이 재미있는지 책을 빌려서 보기도 하, 엄마가 허락한 자유시간에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기도 한다.


여름 방학을 느릿느릿 보내고 있는 아들은, 태평하게 엄마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책을 보거나, 엄마가 만들어준 베란다를 앞뜰 삼아서 느긋하게 책을 읽는다. 또 최근에는 물한 복숭아를 먹는 것이 좋은지, 시도 때도 없이 "엄마, 복숭아!"를 찾는다.


아마도 팔자 좋은 초등학생 상이 있다면, 심쿵이는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되었을 것이. 나는 그런 심쿵이를 볼 때면, 후덥 찌근 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청량한 아이스티를 마신 듯, 머리가 맑아지며 새로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렇기에 아내의 눈치가 보여 차마 쿵이에게 직접 말은 못 하지만 지면을 빌려 작게 외치고 싶다.


"심쿵아, 귀신이어도 좋고 좀비여도 좋다! 지금처럼 재밌게만 지내라!"


P.S. "저의 소설은 재밌었나요? 삼촌, 이모들 무서우셨나요?"

          심쿵이는 소설의 반응이 궁금한 듯 옆에 찰싹 붙어서 묻는다.

이전 07화 할머니. 힘들 때, 내 곁에 날아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