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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u Ming Jul 21. 2024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방법

책 읽는 아들, 글 쓰는 아빠 #6


아빠, 나는 안데르센 같은 작가가 될 거야


아들, '심쿵이'가 여섯 살 때 우리 부부에게 한 말이다. 우리는 신생아 때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고, 겨우 책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손이 커졌을 때부터 아이는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아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대견했다. 아내는 아들이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내는 한두 달에 한번씩 책을 바꿔주며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


아들의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아내의 노력의 결과물처럼 느껴졌고, 우리 부부에게는 아들의 꿈이 푸른빛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는 선물과 같았다. 우리는 젊은 시절을 각각 중국과 일본에서 보내며 '꿈'이 가지는 성취와 그림자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들의 꿈은 우리를 진지하게 만들고 또 설레게 했다.


나이가 든 우리 부부의 꿈은 과거와 현실, 가까운 미래에만 존재하지만, 아들의 꿈은 가깝거나 먼 미래에 걸쳐 있다. 우리는 아들의 미래를 완벽하게 상상할 수 없기에 더욱 진지해진다. 우리의 경험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의 생각이 틀리거나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과쟁이 부부다


아내는 일본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일본계 상사에서 일하다가 기술 전문 통역사의 꿈을 이뤄냈다. 나는 중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기획과 해외 마케팅 관련 일을 오래 해왔다. 두 문장을 요약하면, 우리는 문과쟁이 부부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 겨우 '문과 졸업생'의 삶의 일부분이다.


내가 잘 아는 문과쟁이 직장인의 삶은, 기획, 마케팅 그리고 해외 영업이다. 비록 제조업에 한정되어 있더라도, 스스로 돌이켜 보기에 노력하는 자세로 비교적 알차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생각해 보면, 내가 아는 세상보다 내가 모르는 직업, 즉 내가 잘 모르는 세상이 많은 듯하다.


① 내가 잘 아는 세상 :

     제조업의 기획, 마케팅, 영업

② 내가 잘 모르는 세상 :  

     ①번 外, 모든 세상 (연예인, 정치인, AI 개발자, 유명 작가, 목수, 기자, 파일럿, 외교관 등)


'아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①번의 내가 잘 아는 세상보다는, ②번의 내가 잘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나만의 멋진 엔진을 만들어 낼 거야


작년,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집중해서 읽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이 아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들이었음에도, 가끔씩 나의 문과쟁이 수준의 지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만큼 복잡한 원리들을 아이들의 쉬운 말로 잘 설명한 책들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나만의 멋진 엔진을 만들어 낼 거야!"라며, 거실에 둔 작은 책상에 앉아 한두 시간 정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집중한 듯 입을 삐죽삐죽거렸다.  


심쿵이가 만들어낸 엔진


아들은 가로 한 뼘도 되지 않는 종이에 깨알 같은 그림과 글씨로 많은 발전기가 들어간 엔진을 설계하고는 나에게 물었다.

“아빠, 어때?”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서 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였지만, 미래의 풍력 발전이나 수소와 산소로 친환경적인 전기를 만드는 방법,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더해 재생 에너지를 고려한 배터리까지 도식화되어 있었다. 나는 아주 많이 놀랐다. 왜냐하면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그저 엄마가 주는 50원짜리 떡꼬치나 사 먹을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복잡하고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쿵아, 정말 멋있다. 아빠가 잘 모르는 분야지만, 이렇게 만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로봇의 충분한 동력이 되겠는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들의 발명품에 대해 충분한 피드백을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② 내가 잘 모르는 세상'에 대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공대를 나온 친구를 집에 불러 발전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심쿵이를 불렀다. 내가 해주지 못한 충분한 피드백을 해주길 바라서였다. 친구는 작은 그림과 글씨를 아주 상세히 보고, 내가 해주지 못한 피드백과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책


아들의 이러한 과학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은 어디서 왔을까, 이 모든 것들은 책으로부터 얻어졌다. (심쿵이는 Why 에너지를 많이 보기도 했다고 덧붙여 달라고 했다.)

한동안 아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던 '도구와 기계의 원리'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데이비드 맥컬레이 작가의 '도구와 기계의 원리'로, '빗면, 쐐기, 지레, 축바퀴, 톱니바퀴, 도르래, 나사, 구멍, 복합기계 등'에 대해, 나무늘보와 코끼리 땃쥐의 동물원 탈출 모험을 주제로 알기 쉽게 도구와 기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의 서문]
동물원을 탈출하라! 나무늘보와 코끼리 땃쥐는 서로 친구예요. 어릴 때부터 동물원에서 함께 자랐지요. 두 친구는 동물원 구석구석을 아주 잘 알아요. 그런데 이제 동물원에 갇혀 사는 생활에 싫증이 나서 동물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여러 가지 단순 기계를 이용해서 말이에요.


팝업북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팝업북으로 구성되어 있다. 느릿느릿한 나무늘보와 작은 땃쥐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동물원을 탈출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숨겨진 접힌 종이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들의 첫 번째 탈출 시도는, 땃쥐가 개미들이 경사면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나무늘보와 함께 철장을 넘을 수 있는 탑을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땃쥐의 꼬리가 나무늘보의 코를 간지럽히면서 애써 쌓은 탑이 무너져, 첫 탈출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난다. 심쿵이는 이 책에서 나오는 원리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고, 나무늘보와 땃쥐가 수많은 시도 끝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하며 그들을 응원했다.


심쿵이는 이 책을 매우 좋아해 아내와 함께 가는 박물관, 미술관, 병원 등 어디든지 가지고 다녔다. 아내가 두껍고 큰 이 책 대신 다른 책을 고르라고 하면, 심쿵이는 "내가 들고 다닐 테니 걱정 마!"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챙기는 일은 항상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가 외출할 때마다 작고 귀여운 핸드백 대신 크고 무엇이든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챙기는 이유다.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방법


얼마 전, 회사 선배와 차를 타고 가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선배는 벌써 자식들을 대학교까지 보냈고 가끔 자제분들 이야기를 해주고는 하셨다. 첫째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학대학에서 AI 박사 과정을 밟으며 프랑스에서 미국 글로벌 회사의 인턴십을 하고 있고, 둘째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식들을 하나같이 잘 키웠는지, 언제부터 자식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누었는지 나는 하나하나 물었다. 선배의 대답은 간결했다.


"책을 함께 읽으면서 미래에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당연히 자라면서 관심사가 바뀌지만, 책을 읽다가 관심 있는 것들이 생기면 스스로 더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원하는 학원을 등록해주고는 했어요."


물론, 선배의 살아가는 태도만 봐도 자식들이 보고 배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씩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사무실에 도착하곤 하는데, 그때에도 선배는 묵묵히 그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계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현재의 전략은 선배의 조언과 같다.

아들은 ① 내가 잘 아는 세상보다, ② 내가 잘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고, 사실은 그보다도 ③ 아직 누구도 잘 모르는 세상 (우리가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의 직업들: 데이터 거래 전문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등)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안데르센 같은 작가가 되더라도, 더 이상 펜 촉에 잉크를 묻혀 원고지에 글을 쓰는 세상에 살지 않을 것이며, AI 보조작가가 아들의 세계관을 시각화할 것이고 어쩌면 영화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 세상에 아들의 작품들은 남고 나는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들을 작가로 이끌어주는 그 힘은 부모의 사랑과 믿음, 그리고 책에서 주는 지혜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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