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의 소리가 사라져 그만큼 소리만 잃고 싶지 않다

자신의 증명서

by emptiness

어린 시절에 시골집에 가서 쇠가마 밑에 아궁이가 있었는데, 나뭇가지, 신물지로 불을 내는 게 매우 신기했다.

나중에 아궁이 불 앞에서도 멍 때리기 딱 좋은 날이었다. 이제는 시골집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궁이 안에 타는 소리가 좋아했다. 잃어버린 소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늘 같은 날은 변함이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소리들은 사라지고 기억하고 싶었던 소리도 잊고 싶지 않았다. 숲의 소리를 잃어버리기 싫었다.

왜냐하면 우울증이 걸린 후에 숨을 쉬는 게 힘들어서 차라리 숲 속에 가서 사라져 버릴까 그런 생각도 있었다.

숲은 내 안정적이자 안전한 곳이기도 한다. 너무 힘들고 죽고 싶어도, 숲으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 살고 싶어서 얼마나 참고 정신력을 멘붕까지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은 한계에 달아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정작 나의 목소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 목소리를 어떤 느낌이어고, 말을 하면 어떤 분위기인지 다 까먹었다.


일반인들은 소리를 들어도 못 들어도, 상관없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라고 본다. 단점은 성인이 되고는 기기를 잘 착용을 안 한다는 점이다. 내 목소리가 말을 잘 안 나온다. 자신의 목소리 들어도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을 거다. 하지만 나는 숲에서 비가 내려와서 나뭇잎이랑 부딪히는 소리가 나에게 큰 추억 같은 소리이다. 소음, 밖 사람들, 교통이동, 그런 소리가 가장 싫다. 귀가 아프니까 이런 장소는 거절 각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소리가 잃어버려도 추억에 대한 소리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 계절마다 항상 사라지지 않는 꽃들이 많아져 꽃들이 춤추는 곳이고 바람을 마지막으로 받는 꽃송이들의 향기가 나타난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조용히 창밖에 내다보는 게 좋다. 빗소리는 연주하는 느낌이어서 계속 듣고 싶다. 겨울에는 소박하게 눈이 많이 내려오거나 천천히 눈 위에 닳고 '뽀드득' 그런 소리가 나오면 이제 진짜 겨울이 왔구나 싶다.

봄, 여름, 겨울마다 소리가 담겨있고, 추억이니까 이 소리만큼만 기억하고 있어도 다른 소리들이 들리지 않더라고 추억에 담긴 소리를 나를 지탱해 주고 조금씩 소리를 찾아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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