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이고 호정쌤. 참으로 오랜만이요!"
덩치 큰 중년 남자가 굵고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정도 그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센터장님, 잘 지내셨죠?"
"다 쌤 덕분이지 뭐, 근데... 이분은?"
남자는 호정 뒤에 선 우미를 보고는 다시 호정에게 눈을 돌려 물었다. 호정은 우미를 자기 옆에 서게 한 뒤 말했다.
"전에 말씀드렸던 허우미 작가예요. 대학 동기구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작가님. 송규철입니다."
우미는 규철의 큰 덩치와 목소리에 약간 위축됐지만 그의 싹싹하고 예의 바른 모습에 다소 마음이 놓였다.
"안녕하세요, 허우미라고 합니다."
규철은 우미와 호정을 소파에 앉히고 소형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 유리컵에 따랐다. 그는 양손으로 유리컵을 하나씩 잡아 우미와 호정 앞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자기 앞에도 컵을 놓고 소파에 앉았다.
"호정쌤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작가님."
"어떤 얘기를 들으셨나요?"
"아주 재미난 글을 쓰신다고 하던데요."
"재미난...?"
"독특한 내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꼭 그렇진 않습니다. 독특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저는 제 글이 딱히 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시군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호정이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들이켠 후 대화를 이어갔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우미는 대학생 때부터 타고난 작가였어요. 우리야 다들 임용 합격해서 교사 될 생각밖에 없었는데, 우미는 그때부터 이곳저곳 소설 공모전에 당선됐거든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규철은 우미를 보며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우미는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부산에 연고도 없고, 거주한 지도 얼마 안 됐어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도 많을 텐데, 굳이 저를 쓰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 말을 들은 규철은 컵을 들어 남은 주스를 한 번에 죽 들이켰다. 그는 티슈를 꺼내 입술을 닦고는 걸쭉한 사투리로 우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