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 <차마설(借馬說)>
그렇지만 사람이 소유한 것이 무엇인들 빌린 것이 아니겠는가? 임금은 백성에게 힘을 빌려 존귀하고 부유해지며, 신하는 임금에게 권세를 빌려 총애를 받고 귀해지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노비가 주인에게도 마찬가지니, 그 빌린 것이 몹시도 많다. 그런데도 대부분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길 뿐 끝내 깨닫지 못한다. 어찌 어리석지 않겠는가! 만약 별안간 빌린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면 큰 나라를 소유한 임금도 일개 평범한 사내가 되고, 큰 집안을 소유한 대부도 그저 외로운 신하가 된다. 하물며 미천한 사람은 어떠하겠는가(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