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는 내부를 비추는 반영

가지각색의 안내자

by 강가

“삶은 우리에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발생하는 것이다. 삶은 우리에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응답하는 것이다.”


삶이란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우연의 산물과도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순간에는 가족과 관계가 형성이 되고 성장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 간다. 삶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들이며 도무지 예측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왜 우리에게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을 했으며 무엇 때문에 고통과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기 일쑤다. 그럴 때면, 우연의 일로 치부하며 저항감은 더욱 더 생기고 고난은 계속 깊어지곤 한다.


삶이 우리에게 응답하는 것처럼, 여행을 통해 만난 다양한 인연들과 사건들 역시 스스로에게 대한 응답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특히, 심리학자였던 칼 융의 동시성에 대해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할 때쯤부터였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게스트 하우스. 큰 도시를 효율적으로 둘러 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자전거를 활용하는 것이다. 비용도 적을 뿐더러, 도시 곳곳을 구석구석 빠르게 탐방하는 데 유용하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보통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이 많다. 그러나 머물던 곳에서는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장소에서 대여하고자 하였다. 지도 하나를 꺼내서 마침 게스트 하우스에 일하던 한 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 근처 자전거 대여할 장소 좀 알려주세요.”


그녀는 대답했다.


“여기로 가보세요.”


지도 상에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녀가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도통 자전거 대여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지나가던 한 행인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 근처 자전거 대여하는 장소 아시나요?”


“아, 이쪽을 한번 가보시죠.”


“네, 고맙습니다.”


그가 말한 장소로 가보았다.


아니 그런데 역시나 자전거 대여하는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지도를 펴 놓고 그가 알려준 장소가 맞는지 확인 하였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한 행인이, 물어 보았다.


“어디로 가시요?”


“자전거 대여하는 곳을 찾는 중입니다.”


“아, 저쪽으로 한 번 가보세요.”


“고맙습니다.”


이번에 틀림없을 것이었다. 그가 말 해준 장소로 가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 대여하는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했다. 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었다.


당시에는 길을 알려준 사람들을 탓했다. 알려주려면 제대로 알려 줘야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씩 알게 되었다. 길을 잘못 알려 준 사람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들이었다는 것을. 페루 피삭 한 게스트 하우스에 거주할 당시 인도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몇 달 요가와 명상을 배웠다고 사람들에게 뭐 하나 잘 아는 것 마냥 주구장창 설명을 하곤 했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스스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도 설명을 늘어 놓았던 것. 늪에 빠지고 있는 사람이 늪에 빠지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했던 꼴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니었던가.


나 자신에게만 하필 우연에 의해 그러한 일이 발생되었다고 느낀다면, 삶에서의 배움의 기회가 줄어들게 됨을 배웠다. 도무지 왜 그러한 일이 발생하는지 받아드리기 힘들 것이다. 외부 대상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불만은 쌓여만 가고 독화살의 독은 번져가곤 한다. 그리고 번뇌가 시작이 되곤 한다.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은 좀처럼 풀려지지 않은 체로 말이다.


그러나, 타인의 말, 행위 그리고 행동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자신의 말, 행위와 행동을 대변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며 그러한 불만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또한, 삶은 우리를 위해 발생하고 응답하는 것이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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