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5년 5월 마지막주 감사일기

by 샤랄리방

지난 주말이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 도중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빠였다. 전화를 받고 듣는 아빠의 목소리.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화 너머로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에는 내게 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평일에 시간 되는 날 있니?"

"평일에는 일해서 잘 모르겠는데. 무슨 일이야?"

"아니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그렇게 아빠와의 짧은 통화가 끝났다. 내게 부탁을 하려는 거 같은데 무슨 부탁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실마리는 다음 날 알게 되었다.


아빠에게 또 전화가 왔다. 어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좀 태연한 목소리였다. 아빠가 평일에 시간 되냐고 물어보길래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빠, 위암 수술받아야 하는데 수술날 보호자가 필요해"


태연한 목소리에서 들려온 다급한 단어, 위암. 가벼운 부탁인 줄 알았는데 위암이라는 말을 들으니 태연하게 듣던 나도 마음은 다급해졌다.


아빠 수술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을지 확인을 해보니 나를 대신해서 할 인력이 없어서 도무지 빼기 힘들었다. 엄마도 쭈욱 일을 뺄 수 없었고 동생도 마감날이 있어서 쉽게 뺄 수 없을 노릇. 그래도 혹시나 동생에게 얘기를 해보니 다행히도 마감을 미룰 수 있다고 해 아빠 수술하는 날 동생이 있기로 했다.


아빠의 위암은 조기에 발견이 되어서 얼른 제거하면 완치율이 높은 상태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말기였다면 손을 쓸 수 없었을 텐데 건강검진받고 바로 발견이 되어서 빠른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당일. 아빠는 오전부터 수술에 들어가 장장 6시간에 걸쳐 큰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동생에게 전해 듣기로는 전에 수술했던 부위와 유착이 되어서 떼어놓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수술예정시간보다 오래 걸렸다고 한다. 너무 안 나와서 큰일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무사히 수술이 잘 되어 깔끔히 제거가 되었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동생과 연락을 마친 후에 나는 금요일 일정을 보고 급하게 기차를 예매했다. 수술을 잘 끝낸 아빠를 한 번 보기 위해 익산에 내려가기로 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정들을 모두 마치니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아빠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익산에 내려와 아빠를 보았는데 너무 아파할 모습을 상상과는 다르게 평온하면서 수술 후 통증만 좀 있을 뿐 아빠는 잘 회복하고 있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니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걱정과 불안이 싹 사라졌다.


정말 다행이다. 아빠를 만나고 나니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크게 느낀 거 같다. 아빠가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우리 곁을 안 떠나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크고 아빠를 볼 수 있게 된 것에도 감사함을 느꼈다.


이번 한 주는 정말 큰 감사함을 느낀 일주일이었다.


안심하고 먹는 치킨피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