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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우 May 19. 2023

양아치는 옥상에서 청승을 떤다 完

꿈의 학교 하랑 EP 2

퍼어억 



“아악!”



시원스럽게 갈겨버린 양아치의 뒤통수. 숀의 갑작스러운 뒤통수 어루만짐에 양아치는 사발면 그릇에 고개를 처박는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매콤한 국물이 그대로 눈에 들어갔는지 양아치의 눈에서 참회의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퍽 퍽 



“이 멍청한 놈아. “



“아 잠시만요, 잠시.. 아저씨!”



퍽!!



“고민할게 대체 뭐가 있다는 말이냐. 이 애송이 자식아.”



그러나 숀은 멈추지 않고 곰 발바닥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연달아 퍽퍽 내리쳤습니다. 빈 수박통을 두드릴 때처럼 통~통 맑은 소리가 연달아 경비실 안에서 울려 퍼집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양아치의 얼굴을 잡고 숀은 그를 마주 보았습니다. 과거에 양아치의 친구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던 것처럼. 



“너는 쓰레기야. 쓰레기 같은 과거를 짊어졌으니 지금 그 벌을 받고 있는 거겠지. 노가다? 사회에서의 어린애취급? 그런 건 정말 사소한 인생의 한순간일 뿐이야. 네가 받고 있는 벌은 겨우 그 정도가 아냐. 가슴속을 파고드는 외로움이겠지.”

평소와는 다르게 다소 거칠어진 숀의 말투. 



“그런데 너는 아직도 잘못을 반복하려고 해? 이 아둔한 놈아. 방금 네가 뭐라 했어. 후회한다고 하지 않았냐. 근데 왜 아직 학교 옥상이나 찾아와서 청승을 떨고 있어? 어??”

숀의 윽박지름에 양아치의 어깨가 움찔거렸습니다. 



“네가 갈 곳은 여기가 아니야. 어떻게든 그 친구를 찾아서 무릎이라도 꿇어야지.”



“하지만 아저씨.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저는 그 친구가 저를 용서하지 않을까 봐 그게 너무 두려워요.”



그쳤던 눈이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덜컹거리며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고 두꺼운 눈보라는 운동장을 따라 힘들게 닦아 놓은 트랙을 매섭게 덮어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딴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숀은 오직 양아치의 눈만을 보았습니다. 떨리고 앳된, 후회 가득한 그의 눈동자를 숀의 무겁고 어두운 눈이 마주 보았습니다. 올려다보지도, 내려다보지도 않는 같은 위치에서 눈높이를 맞춘 두 쌍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잘 들어 양아치. 용서는 네가 생각하고 걱정할게 아니야. 정말 중요한 것은 네가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거지. 너의 두 손으로 직접.”

숀은 양아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실타래를 엉킨 채 두면, 결국에는 풀 수 없을 만큼 엉켜버려. 앙금만 남게 되지. 커다란 뭉치가 된 실타래를 평생 너와 친구의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 거냐. 용서받을 생각 따윈 버려. 너는 실타래를 푸는 거에 집중해. 안 풀릴 거 같아? 그러면 태워버리기라도 해야지.”


얽혀버린 실타래는 그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헉… 저는…”

숀이 내뱉는 사나운 목소리에 양아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인 목소리를 애써 삼키며, 답답한 듯 가슴을 움켜잡았습니다. 



“너는 그냥, 친구를 찾아가서 용서를 빌면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아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시, 친구가 되어달라고.”



숀의 마지막 말은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경비실 안을 채웠습니다. 






“눈을 다시 쓸어야겠네.”



무언가 생각이 정리된 듯, 처음과 다르게 예의 바른 인사를 한 후 양아치는 떠났습니다. 그가 떠난 빈자리를 보던 숀은 어느새 장난처럼 그쳐버린 한겨울의 날씨를 보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하랑 학교의 학생들이지만 등굣길만큼은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랑의 경비아저씨란 사명감에 불타 새벽의 늦은 시간에 빗자루를 집어드는 숀이었습니다. 화창하게 개인 변덕스러운 밤하늘을 달빛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제설을 해야 해서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등은 가벼워 보였습니다. 이따금씩 어깨를 들썩거리며 어색하게 어깨춤을 추는 것만 보아도 그의 즐거움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양아치는 옥상에서 청승을 떤다.  끝.



- 'EP3. 별빛과 믹스커피 선생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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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는 옥상에서 청승을 떤다 ① (brunch.co.kr)


양아치는 옥상에서 청승을 떤다 ② (brunch.co.kr)


양아치는 옥상에서 청승을 떤다 ③ (brunch.co.kr)


양아치는 옥상에서 청승을 떤다 ④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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