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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

by 등대지기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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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최근 번호로

엄마를 찾아보다

한참 후에야 한 달이

훨씬 지나버린 기록 하나


세상살이 짓눌린 양쪽 어깨

기지개 켤 시간조차 없는 건

아무런 핑계가 되지 않는다


핑계 아닌 핑계를 메모하고

수신자 엄마 전화에 불효자는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듯이

한 없이 넋두리를 풀어놓고


"바빴십니다. 엄마 걱정하는 거

모르고 진짜로 바빴어 예"

"그렇다고 전화 한 통 할

시간이 없는가 에구 서운하게

바쁘고 목소리 들었으니 됐네

바쁘니 들어가게"


엄마의 짧은 목소리는 본인을

너무 초라하게 하고

어린 시절 행여나 배고플까

가마솥 가득 고구마 삶아

김장김치 얹어 먹여주시던

아련한 추억


차가운 겨울철 소매로 닦은

콧물 자국이 친구들에게

흉이 될까 치마 끝에 침을

묻혀 닦아주시던 엄마


엄마 생각 잠시 미룬 채

배고픈 자식들 입에 밥 넣어주느라

다시 발신자 엄마 기록은 한참

동안 찾느라 또 시간이 흘려보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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