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지성 Jul 03. 2024

9화) 정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의 순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다양한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천진난만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때때로 부모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부모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의 순간들이 가끔이지만 진하게 다가오곤 한다. 그렇게 한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도 생각하게 되는데, 상황은 반복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가 그렇다.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가면 아이가 망부석처럼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장난감 판매대다. 마트에 갈 때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 것이 보통 난처한 게 아니다. 계속해서 장난감을 사주다 보면 아이가 물질적인 것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경제적인 부분에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아이에게 왜 그 장난감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장난감이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보도록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다. 꼭 필요하다고 우기며 반드시 사야 한다고 떼를 쓴다. 이럴 때는 순간 욱하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결국, 계산대에는 그 장난감이 올라가 있다. 아이가 조금 커서 유치원 큰형님이 되고 난 후에는 방법을 바꿨다. 특정 행동을 하거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보상으로 장난감을 사준다고 약속한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으면 가격은 보지 않고, 사고 싶은 것은 무조건 사주는 방식으로 목표의식을 심어주고자 했다. 아이가 약속을 지킬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정답을 알 수 없었다.


장난감과 비슷하게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 해달라고 할 때도 고민된다. 친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부러워하고 똑같은 것을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무턱대고 사주다가는 한도 끝도 없지만 또 매정하게 거절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네가 원한다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친구와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도록 알려주었다. 또 무언가 가지고 싶을 때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함도 가르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냥 포기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밥을 잘 먹지 않는 것도 고민스럽다. 아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이가 먹지 않는 걸 보는 것 또한 괴로운 일이다.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을 때 부모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책을 보면 배가 고파서 스스로 먹을 때까지 그냥 놔둬야 한다는 말도 있고, 억지로라도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게 키워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실제 눈앞에서 밥을 먹지 않는 아이를 보면 뭐라도 떠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알고 있는 지식과 내 상황으로 닥쳤을 때는 괴리가 있다. 우리는 강제로 먹이기보다 아이가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좋아하는 캐릭터로 음식을 꾸며주거나 아이도 요리에 참여해서 흥미를 유도해보기도 하고 동요나 음악에 맞춰 장난하면서 음식을 먹여보기도 한다. 하지만 매끼니를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잘 먹으면 폭풍 칭찬을 하고, 왜 밥을 잘 먹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기도 하고 때론 엄격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밥 앞에선 늘 고민이 된다. 잘 먹어 볼록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면 배불뚝이 아들이라고 놀리는 순간이 매일 일어났으면 좋겠다.


식사예절에 관한 일도 고민이다. 우리 집은 외식을 자주 하지 않아 외부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말로 식사예절을 알려줘도 그때뿐이다. 그래선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아이는 요란하다. 숟가락, 젓가락으로 장난을 치고 물병에 있는 물을 다른 컵에 이리저리 옮기며 논다. 냅킨을 뜯고 붙이고 큰 소리로 떠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늘 구석을 찾곤 하는데 조용히 있지 못하는 아이가 늘 고민스럽다. 주변에 우리처럼 아이와 함께 있는 테이블을 유심히 관찰해봤다. 다른 친구들은 조용하다. 왜 조용할까 살펴보니 하나같이 핸드폰으로 무언가 보고 있다. 아 맞다! 핸드폰. 참으로 난감하다. 되도록이면 아이에게 미디어를 노출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마음 편히 밥을 먹자고 핸드폰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마음이 편한 건지는 모르겠다.


다음 고민도 핸드폰과 연관되어 있다.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를 계속 보여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어떤 콘텐츠를 보여줘야 할까? 작은 핸드폰으로 보여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과거와는 달리 유튜브가 없는 육아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잠깐 집안일을 보거나 밥을 먹을 때 혹은 차에서 장시간 이동할 때 유튜브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튜브를 계속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것인지 정말 고민이 된다. 유튜브가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아이에게 맞는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영상도 늘 제공하지만, 과연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있을까 싶다.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은 없는지, 어른처럼 도파민 중독에 빠지는 건 아닌지 늘 고민스럽다. 노력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성장해야 하는 데 쉬운 것만 찾고 수동적으로 크진 않을지 걱정이다. 이런 고민들을 하며 우리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해두었다. 우선 유튜브는 핸드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TV로 봐야 한다. 주중에는 역사, 영어, 신화, 사자성어 같은 교육 콘텐츠만 보기로 하고, 주말에는 로봇, 동물, 곤충 등 아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본다. 밤 9시에는 침실로 가야 한다.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엄마랑 아빠와 책을 읽어야 한다. 잠들기 전 만큼은 영상에서 떼어놓고 싶고 아이와 교감하고 싶어서인데, 처음에는 하나만 더 보려고 보채던 아이도 정해준 원칙을 따른다. 다행히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지만, 유튜브를 계속 보여줘야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지는 여전히 고민스럽다. 아마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고민을 할 것 같다.



다음은 아이 안전에 관한 문제다. 대근육과 소근육이 여전히 성장하는 아이는 때때로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래서 갑자기 어디론가(?) 뛰쳐나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킥보드를 타다가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킥보드를 타는 곳은 보통 인도나 공원 산책길이긴 하지만, 차량이 이동하는 경우도 있고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지나가는 때도 있다. 엄마, 아빠는 킥보드를 따라가기도 버겁다. 킥보드를 탈 때뿐만 아니라 아이가 앞뒤 보지 않고 뛰어갈 때 차량을 스쳐가거나 자전거와 마주하는 등 위험한 순간들을 겪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친다. 얼마나 위험한 행동이었는지, 하마터면 몸을 크게 다쳤을 수도 있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짧고 강하게 혼을 낸 후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면서 안아주고 상황을 다시 설명해준다.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예측해야 하고 안전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꾸준히 교육하고는 있지만, 알겠다는 아이 말과는 달리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갑작스럽게 뛰쳐나가는 위험한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지 늘 고민스럽다.


이외에도 친구와의 관계, 공부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영어는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 건강한 생활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는지, 경제관념은 어떻게 심어줘야 하는지 등 정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의 순간들은 너무나도 많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Life is C Between B and D)"라고 말했다.'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의미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오로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란 말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육아에도 정답이 없다.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들 속에서 선택한 답이 정답일 수도 오답일 수도 있다. 되돌아보면 정답인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고민의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다. 부부가 함께 논의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장시간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올바른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어 쌓이면 비로소 정답에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 그런 축적의 힘을 믿는다. 완벽한 정답 대신 조금 더 나은 선택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 정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의 순간들이 오늘도 나를 성장시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다시태어나도아빠가되겠습니다

#너를위한첫번째선물

#아빠육아

#아빠육아휴직

#아빠살림

#아빠집안





본 연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격주로 발행되는 칼럼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 :

https://www.betterfuture.go.kr/front/notificationSpace/webToonDetail.do?articleId=116&listLen=0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futurehope2017&categoryNo=60&from=postList

이전 09화 8화) 왜 똑같이 육아해도 엄마가 더 피곤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