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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Jul 12. 2017

"오늘이 우리가 살아갈 삶 중에 제일 젊은 날이야"

ep10.



그리지_쓰니랑




“넌 꿈이 뭐야?”


어렸을 때 난 누구나 꿈이 있는 줄 알았다. 나는 꿈이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그런데 살다보니 깨달았다. 누구나 꿈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있다고 괜찮은 사람이 아니고 없다고 목표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누구나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꿈은 영원히 꿈일 수도 있다는 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미래 계획이 내 꿈을 위한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 아니 아닐 확률이 크다는 거.

그 때 알게 된 거 같다. 목표랑 꿈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내가 내 꿈을 위한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된 건... 그니까 목표랑 꿈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처음으로 취업을 하고 나서였을까?

나는 한 직장만 다니지 못했다. 원치 않게 이직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고, 피치 못하게 원해서 이직을 해야 하는 순간도 만났다.

경제력이 안정적이지 못한 나에게 꿈을 꾼다는 거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먹고 살 수 있는 월급을 주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거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거구나. 남들 다 똑같이 이렇게 사는 건데 나 혼자 꿈을 좇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안 되는 거구나. 내가 특별했다면 이 길로 성공할 사람이었다면 이미 성공했겠지 나는 이미 너무 늦었어. 난 일반인이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꿈을 목표로 삼지 말고 꿈만 꾸지 뭐.’ 이렇게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그렇게 급급하게 내 20대를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가 지석이를 만났다.


지석이는 타고난 재주도 대단했고 꿈도 굉장히 많았다. 꿈이 많다고 해야 하나 크다고 해야 하나. 둘 다인가. 내 생각에 꿈과 목표는 다르다.

그런데 지석이의 꿈과 목표는 같았다. 자기가 꿈꾸는 것을 이루고 싶어 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보다 나도 원래 꿈을 꿨었잖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만남이 계속되고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가 섣불리 판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확실한 주관과 깊은 생각, 어렸을 때부터 꿈꾸며 더 커진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로 잡은 미래의 계획들을 알게 됐다. 멋져보였다.

나는 잊고 살았던 꿈에 대해서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그가 멋졌다.

나도 말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그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마음은 두근거렸다. 심장에서 튀어나온 요정이 머리까지 올라와서 뇌를 마구 찌르면서 엔돌핀을 발생시키는 거 같았다. 엔돌핀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내 온몸 전체에 퍼져 나가 따뜻하면서도 찌릿찌릿한 전기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이루고 싶은 것도 있었고, 꿈이라면서 말해왔던 진짜 원하는 일도 있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지금 당장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생겼다.

‘때가 아니다. 이미 늦었다. 현실에 맞는 다른 꿈을 꿔야한다.’ 그동안 들었던 이런 생각들이 핑계로 느껴졌다.

진짜 ‘꿈’이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진심으로 원하는 그런 꿈. 진짜 평생 이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꿈!


이런 나를 그는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자주 이야기를 나눴던 우리는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게 됐다. 꿈을 이루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하지만 지금 시작하는 게 잘하는 짓인지, 앞으로 꾸준히 잘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사람 사는 게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가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라,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서도 안 되는 걸 아는 시기라... 현실적으로 마음에, 머리에 와 닿는 생각들이 뒤죽박죽 한 달에 한번씩 치울까 고민하는 내 책상처럼 어떤 거부터 치워야할지 모르게 너무 복잡했다.



“오늘이 우리가 살아갈 삶 중에 제일 젊은 날이야”

29살 때 친구들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했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도 그렇다. 누가보기엔 늦었을지도 모를 나이지만 오늘이 내가 살아갈 날 중에 제일 젊은 날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제일 젊은 순간이다. 그래서 난 말했다.


“지석아 나 글 쓸래 네가 그림 그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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