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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혐오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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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Oct 21. 2024

[산문집] 아름다운 것


“것봐, 아프기도 하고 보기 싫은 흉도 남잖아요. 남보기에 안 부끄러워요?”


”부끄럽고 자시고 제가 알아서 할 건데, 말 가려서 합시다. 언제 봤다고 그딴 식으로 말씀하십니까.“


(고쳐 앉는 소리, 헛기침 소리)


(정적)


“.. 알겠어요.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 보기 싫지 않아요? 상처 말이에요.“


”예쁘기만 한데요.“


(정적, 무언가를 적는 소리)


”.. 왜 그렇게 생각해요?“


”선생님은 봄이 돼서 만개한 벚꽃을 보고 화려하다, 예쁘다고 생각하고, 겨울이 돼서 앙상해져 초라한 나뭇가지를 보면 안타깝지 않으세요?“


”그렇죠. 보통.“


”똑같은 거에요.“


”어떤.. 쪽으로?“


(손가락이 책상을 두들기는 소리)


”빨갛게 피어오르는 꽃망울이 만개하고, 아물며 서서히 사라지잖아요. 그러면 아쉬우니까. 언제든 다시 봄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 그게 나도 좋으니까.”


“지금 피를 꽃망울이라고 한 거에요?”


“네. 예쁘다고 했잖아요 제가.“


“..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네. 시간이 지나 사라지니 아쉽기만 하죠.”


(정적, 헛기침소리, 바깥 소음)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 할게요.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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