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로운 시선에는 어렴풋한 한심함이 묻어있어, 나는 애써 느끼지 못한 척하며 고개를 돌리고. “아프지 않았어?” 질문엔 허탈하게 웃으며, “아프려고 했죠” 대답하면 이어지는 건 한숨. 내 환부를 내려보는 당신의 눈빛에 또다시 난도질당하는 왼팔은 이제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동정과 딱함을 뒤섞어 만들어진 약이 왼팔을 적시자 느껴지는 건 기분 좋은 따끔거림. 그래, 내가 이 느낌을 잊지 못했던 거야. 이 느낌을 찾아서 그었던 거야. 잠깐의 쾌락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들려오는 카메라 셔터소리, 이어지는 긴 대화. 끝나고서 모든 걸 쏟아낸 머리는 무거워져 잠을 청하고. 찾아온 밤. 숙면을 마쳐 가벼워진 마음은 두 가지 마지막만을 바라봐. 끝과 또 다른 끝. 전자는 숨 쉬지만 후자는 차갑고. 이 글을 이해한다면 당신도 환자. 이건 내 이기심. 유치한 마음. 이해한다면 당신도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