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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독립을 포기한 "은둔 중년"

노부모와 자녀의 수레바퀴에 깔리다

by 방구석 관찰자

현재, 일본에서는 이런 단점들이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초고령 사회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문제가 결합되어 발생하는 ‘8050 문제’ '중년의 히키코모리'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부모가 사망하거나 더 이상 자녀를 부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나이를 먹으며 독거노인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포함한다. 일본厚生労働省(후생노동성)의 보고서에서도 "8050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地域包括支援センターにおける「8050」事例への対応に関する調査報告書』 (2019.03)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주시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았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아, 사회적 관계가 모두 끊긴 50대가 80대의 노부모와 같이 살다가 80대의 노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그 자신도 심각한 생존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것이 ‘8050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약 100만 명 이상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20~30대 청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그들이 나이를 먹어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의 경제적 기반은 주로 부모의 연금과 저축에 의존하며, 부모 사망 후 빈곤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부모가 사망한 후 장기간 고립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본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모 사망 후 방치된 은둔형 외톨이가 생계가 막막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고독사하고, 또는 부모 사망 후 시신과 함께 장기간 방치되었다가 발견된 사건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은둔 중년"이라는 명칭을 미디어에서 종종 보지만, 아직은 정확히 학술적으로 확립된 용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은둔 중년"은 가끔 뉴스 사회면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면, 주거지에서 70대 어머니를 여러 차례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은 징역 3년을 받았고, (경향신문 사회면, 김태훈 기자, 2024.11.16. ) 술을 마시던 중 자신에게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 KBS뉴스 민소영 기자, 2023.12.07. )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은 징역 10년을 받았다. (노컷뉴스 최범규 기자, 2023-04-20 )


내가 사는 동네에는 겨울에도 허름한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50대(?)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있다. 그는 영락없는 노숙자 몰골에, 주로 어린 학생들처럼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대상 앞에서 위협적인 소리와 행위를 하며 동네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동네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그는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되었지만, 경찰이 그를 억압할 법적 제재가 없다는 후문이다. (왜 그런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주민이 신고하면, 경찰이 출동하고, 주의를 받고, 그걸로 끝나는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커뮤니티에는 주민들이 두려움과 공포를 성토하는 글이 넘친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의 아파트촌이고, 그는 이웃 아파트의 거주민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를 돌보던 노모가 얼마 전 사망했고, 노모의 보살핌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정신병적 행동은 노모의 사망과 동시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 셈이다. 그동안 노모의 보살핌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짐작이 간다. 현재, 돌아가신 노모를 대신해서 그를 돌볼 사람이 없는지, 그는 여전히 거리에서 어린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


통계로 살펴보면 25~34세 청년 중 캥거루족 비율은 2020년 기준 66.0%를 차지했다. (한국고용정보원, 2024.06.05. 황광훈,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 발표에 따르면, 최근의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주도하고 있으므로 향후 30대의 캥거루족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중년의 부모와 청년이 같이 사는 형태에서 초고령의 부모와 중장년의 자녀가 같이 사는 형태로 변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도 "초고령 부모"와 "은둔 중년"의 동거에 주목해야 될 때다. 저출산, 초고령, 은둔, 이 세 단어는 현재 한국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화두지만, 동시에, 해결책이 딱히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이 세 단어와 완전히 무관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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