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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누구에게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

노부모와 자녀의 수레바퀴에 깔리다.

by 방구석 관찰자

지금까지, 중년세대가 노부모와 자녀의 수레바퀴아래서 견디는 현실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보았다. 자,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적으로 누구에게 얼마까지의 자산 배분을 허용할 것이며, 정서적이나 신체적인 돌봄을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까? 과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선을 긋는다고 해서, 우리가 계획한 대로 서로의 결심을 응원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정확한 금액, 정확한 시기, 정확한 선 긋기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두 그 답의 전제조건을 잘 알고 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해법은 제각각이다."


나는 1인 가구의 고독사 문제를 다룬 출간도서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에서 "엔딩 맵"이란 계획서를 제안했다. 나는 1인 가구가 아니다,라고 반감이 드는 분들은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라. 속된 말로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내 가족이 떠나, 내가 1인 가구로 남을 수도 있고, 내가 먼저 떠나 내 가족이 1인 가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1인 가구다. "엔딩 맵"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내가 죽을 것을 미리 대비하고자 만든 워크북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 언젠가, 반드시, 우리는 죽지만, 정작 죽음에 대한 대비가 허술해서 고인은 황망하게 갈 길을 가고, 남은 사람들은 허둥지둥 뒤처리를 하며 수많은 분란을 겪는다.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 내일을 계획하고, 1년을 계획하고, 은퇴 후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아는 걸까?


이제 시간이 되었다. 하얀 종이를 펴고, 펜을 들자.

1. 전세금, 예적금, 주식, 국민연금 예상수령액, 가용현금 등, 자산이 얼마인가?

2. 대출금 상환액, 마이너스 통장, 차입금, 자동차 할부금 등 부채가 얼마인가?

3. 앞으로 예상되는 내 병원비, 한 달 최소 생활비 등, 미래의 예정된 지출액은 얼마인가?

4. 앞으로 예상되는 내 노동 수입은 언제까지 들어오며 다달이 얼마인가?

5.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내 가족들에게 남겨지는 자산이나, 부채는 얼마인가?


이제, 노부모에게 들어갈 비용을 정리해 보자.

1. 병원비, 간병비, 요양원 비용 등 각자의 처지에서 지불할 수 있는 돌봄비는 얼마인가?

2. 노부모를 돌보기 위한 정서적, 신체적 돌봄에 내 시간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을까?

3. 노부모의 죽음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자산과 시간투입은 약 100세까지 잡아야 한다.


마지막이다. 자녀에게 들어갈 비용을 정리해 보자.

1. 자녀의 취업 준비 비용(학원 및 각종 지원)은 얼마인가?

2. 자녀의 결혼 준비 비용(자녀가 스스로 다 감당하는 경우는 제외하고)은 얼마인가?

3. 자녀가 결혼 후 여러 가지 사정(집을 넓힌다던지, 대출 상환 등등)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얼마까지 지원이 가능한가?

4. 나는 자녀에게 유동 자산(현금화가 가능한)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부채를 남길 것인가?


감이 오는가? 생각보다 여러분은 가난하다. (물론 가난하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각자의 기준에서 생각보다 가난할 것이다.) 다달이 일정하게 나올 돈은 적고, 나갈 돈은 당연히 많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을 짚어보자. 당신 자신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과연 얼마인가? 노부모와 자녀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때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건강한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사람은 열외로 하자. 뭔가, 이상하다면 이쯤 해서 당신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 모두 통틀어서 당신이 가장 원했던 당신의 삶은 지금 이 모습이 맞는가?


이 글은 질문에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 보길 바란다. 한낮의 한가한 시간이든, 새벽녘의 생각이 많은 시간이든, 제발 한 번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자. 머릿속에 막연하게 머무르는 생각과 하얀 종이에 쓰여 있는 숫자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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