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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Oct 28. 2024

실수를 줄이는 워크 플로우

회사에서 실수를 하고 난 뒤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친한 마케터가 이직을 했다.

K의 이직을 축하하며, K가 새로 입사한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탑을 구매했다.


며칠 뒤, 탑을 배송받았는데 패드가 없었다.

상세페이지를 다시 살펴보았는데,

패드 포함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문의를 넣으니, 패드를 포함해서 배송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회신을 주겠다고 했다.

하루가 꼬박 걸려 답변이 왔다.

패드를 포함해서 배송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누락된 건지,

내가 못 찾고 버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패드가 필요했던 나는,

그러면 어디서 구매하면 되는지 문의했다.

그런데 패드는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고 한다.

고객센터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하자, 그제야 한참뒤에 배송비를 입금해 주면 패드를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았음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난 친구 K를 만나, 이 경험을 이야기했다.

친구로서 이 일화에 같이 화를 내주었던 K는

월요일이 되어 마케터로 출근해서

이 일에 대처했다.


K는 고객센터 CS 담당에게 이 일을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배송 관련 문의 사항을 분류해서, 패드 누락에 대한 문의가 몇 건이 되는지 확인했다.

생각보다 그 비중은 높았다.


그래서 K는 배송팀에 문의했다.

패드가 있는 제품은 어떻게 패킹하는지.

의류는 투명한 비닐팩에 넣어서 포장되어 있고, 의류를 먼저 박스에 넣고, 그 위에 패드를 추가하고, 친환경 패킹종이를 구겨 채워 넣어 패킹한다고 했다.

그래서 K는 배송팀과 협의를 통해, 패드가 포함되어 있는 의류의 경우, 애초에 의류를 투명한 비닐팩에 넣어 포장할 때부터 패드가 같이 포장될 수 있도록 순서를 바꿨다.

결국 이로 인해, 패드가 실제로 포장 과정에서 누락될 가능성도 줄고, 배송받은 고객이 잘못해서 의류는 챙기고 패드는 포장지와 함께 버릴 가능성이 낮아졌다.


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홈쇼핑에서 엄마가 아빠 골프복을 샀는데,

조끼와 재킷 2종이었다.

그런데, 배송받은 제품은 하나였다.

엄마는 나와 달리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그렇게 비싼 제품도 아니기에 그냥 있었다.

알고 보니 조끼와 재킷이 일체형으로 따로따로 입을 수도 같이 입을 수도 있는데, 홍보는 2종이라고 하고, 포장은 일체형으로 배송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받아보는 사람은 누락되었다고 생각하고 문의를 넣거나, 주변에 불평했을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

재무팀이 알려줬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옛날에는 세금계산서 발행을 신청할 때,

시스템에 10% 세금을 따로 입력해야 했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예를 들어 100만 원 + 10만 원 세금을 입력해야 하는데, 실수로 10만 원을 입력하지 않거나, 0을 하나 더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재무팀 막내는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실수한 사람들과 불편한 전화를 하는데에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IT팀이랑 협조를 했지. 100만 원을 입력하면 10% 세금이 자동으로 입력되게 시스템을 바꿨어."


실수를 하고 나서,

사고를 치고 나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다음엔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혹 워크 플로우가 실수가 날 가능성이 높게 설계된 것이 아닌지 점검하고 워크 플로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도, 나와 유사하게 또 실수를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도, 그리고 그 실수를 결국 수습해야 할 사람들도 더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 줄 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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